2011. 3. 27. 08:59ㆍ法律
[Why] 특명! 서재를 차지하라
韓·中·日 대학, 독일의 법학자 故 플루메 교수 藏書 '쟁탈전'…, "근대민법 연구를 위한 최고의 컬렉션"지난 2009년 독일의 법학자 베르너 플루메(Werner Flume) 교수가 향년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92세 때까지 논문을 쓸 정도로 평생을 민법과 그 모태인 로마법 연구에 매진했던 그는 후손들에게 거액의 유산 대신 서재(書齋)를 남겼다. 그리고 2011년 이 독일 법학자의 서재를 차지하기 위한 한·중·일 삼국 대학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플루메 교수의 서재는 그가 한 세기 동안 민법·로마법 연구를 위해 수집한 4680권의 서적, 1만여 권에 달하는 각종 법률 저널과 논문 등으로 구성돼 있다. 15~16세기에 발간된 문화재급 법학 고서(古書)들도 상당수 있다. 1세기 동안 대학자가 수집한 장서는 '근대민법 연구를 위한 최고의 컬렉션'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장서(藏書)가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한·중·일 모두 세계화 시대에 전 세계의 표준이 될 법체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근대국가 민법의 뿌리인 로마법 연구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플루메 교수는 로마법 연구를 통해 법률관계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규율하는 '사적 자치(私的自治)의 원칙'을 민법의 최고 가치로 정립한 대학자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개인의 가치를 억압하던 나치(Nazi) 시대 전체주의 법학에 반한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던 그는 1980년대 이후 사적 자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EU와 동북아시아 법 연구에 영향을 끼쳤다.
▲ 법학연구를 위해 수집한 4600여권의 서적과 1만여권의 논문·법률저널로 가득 찬 고(故) 베르너 플루메 교수의 서재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공
최근 유족측이 플루메 교수가 남긴 장서를 팔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한국의 서울대·이화여대·한양대, 중국의 정법(政法)대, 일본의 도호쿠(東北)대 등 동북아시아 주요 대학에서 관심을 나타냈다. 독일법을 계승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사회주의 법체제에서 시장경제 민법을 받아들이게 된 중국까지 플루메 교수의 저작은 법학 연구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 유족측은 장서의 가격으로 27만5000유로(약 4억4000만원)를 제시했다. 서울대 법학도서관은 예산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서울대 법대 최병조 교수는 "전체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국립대학 특성상 특별 예산 편성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화여대 법학도서관도 예산 부족으로 구입에 어려운 상황이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 도호쿠대는 대지진의 직접 피해를 입어 장서 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족측이 플루메 교수 장서의 일괄 판매를 고집하고 있어 일부 장서 구입을 희망한 다른 대학들은 고려대상에서 빠졌다. 현재 한국에선 한양대 법학도서관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유족측은 중국이 최고가액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측에 파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양대 이준형 교수는 "1983년 로마법 연구의 권위자였던 뮌헨대 쿤켈(Wolfgang Kunkel) 교수의 장서 4000여권을 일본 규슈(九州)대학에서 구입했고, 히토쓰바시(一橋)대학에선 게르만법의 대가 기르케(Otto von Gierke) 교수의 장서를 구입했다"며 "일본과 법학연구 수준이 벌어지는 것은 장서 구입과 같은 투자에 우리가 미온했던 탓도 있다"고 했다. 최병조 교수는 "우리가 장서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동안 후발주자인 중국이 장서 구입에 뛰어들어 어려움이 더해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양대 송호영 교수는 "장서 구입을 통해 외국에서 연구한 것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던 것을 직접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25/2011032501528.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10 김충령 기자 chung@chosun.com 입력 : 2011.03.26 03:02 / 수정 : 2011.03.2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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