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4. 10:02ㆍ姓氏
[만물상] 삼국시대 김씨
히브리 사람들은 '여호와께서 은혜를 베푸셨다'는 뜻으로 이름 '요하난'을 지었다. 이것을 로마인들이 '조하네스'라고 고쳐 썼고, 영미권에선 '존'이 됐다. 다시 '존의 아들(son of John)'로 변하면서 오늘날 영미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성(姓) '존슨(Johnson)'이 생겨났다. 가장 흔한 '스미스(Smith)'는 '세게 때리다'라는 뜻으로 대장장이에게 붙였다. 세 번째 성 윌리엄스(Williams)는 '금박 입힌 투구'라는 의미다.
▶ 미국에서 이 3대 성을 합하면 693만 명쯤 된다. 인구의 2.3%다. 유럽도 비슷하다. 독일 3대 성씨인 방앗간주인 '뮐러', 대장장이 '슈미트', 재단사 '슈나이더'를 합치면 2%다. 프랑스는 3대 성 비율이 0.8%, 핀란드·오스트리아도 1% 남짓이다. 통계물리학자들은 유럽의 인구 대 성씨 비율을 추정할 때 멱함수 y=xⁿ를 쓴다. 인구가 많아지는 만큼 성도 다양해진다고 본다.
▶ 일본 성씨대사전에는 29만1129개 성이 올라 있다. 원래 귀족이나 무사만 성을 가졌으나 19세기 메이지유신 때 납세·징병 관리를 위해 평민도 성을 갖게 했다. 소·새·멧돼지 이름이나, 밭·산·강·숲·언덕·우물의 풍경을 넣어 급조한 성씨가 봇물 터지듯 생겼다. 사토(佐藤)·스즈키(鈴木)·다카하시(高橋) 같은 10개 성이 10%를 차지한다. 중국은 천(陳)·리(李)·장(張)을 합치면 21.3%가 된다.
▶ 수백 년 동안 300개가 넘지 않던 한국 성씨는 지난 10년 귀화인들 덕분에 급증하고 있다. 그래도 김씨가 21%를 넘고 김·이·박·최·정(鄭) 5대 성이 인구 절반이다. 사회 구성요소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통계물리학자들은 한국의 독특한 성씨 구조에 흥미가 많다. 인구가 늘어도 성은 거의 제자리여서 증가율을 로그함수 y=logx로 추산한다.
▶ 한국·스웨덴 학자들이 서기 500년 삼국시대의 성씨별 인구를 계산해 당시 30여개 성을 5만 명이 썼고, 그중 20%가 김 씨였다고 추정했다. '소설책이 두꺼워져도 새 단어 수가 그만큼 늘어나진 않는다.'는 것을 밝혀낸 수학적 방법을 성씨 분포 연구에 적용했다고 한다. 우리만큼 한 성의 비율이 높은 나라도 드물다. 1500년 전엔 성이 없던 인구가 많았다는 걸 감안해도 김 씨는 으뜸가는 성이었다. "남산서 돌 던지면 김 서방이 맞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02/2011080202257.html 김광일 논설위원 kikim@chosun.com 입력 : 2011.08.0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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