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9. 11:58ㆍ經濟
상식 밖의 경제학
돈으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가장 값비싼 방식이면서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해상 순찰을 하는 세관원들은 자동 소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마약 밀매선을 향해 총을 쏜 적이 없다고 하며, 정부에서 받는 월급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약 밀매꾼들이 총을 쏘지 않는 한 연방 관리들도 총을 쏘지 않는다는 무언의 협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우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만큼 급료를 충분히 올려 주는 방법이 있다. 그렇다면 얼마를 주면 될까? 마이애미로 밀매선을 타고 들어오는 밀수꾼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맞먹는 액수면 충분할까?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사람들은 돈에 목숨까지 걸지는 않는다. 경찰관, 소방관, 군인들은 돈 때문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목숨 바쳐 일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 육신의 안녕을 과감히 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 규범, 즉 자기 직업과 임무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다.
생산성이 점점 더 노동자의 능력과 노력에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더군다나 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능력 (能力)과 노력 (勞力)을 이끌어 내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더욱 솔깃하다. 우리는 돈에 어느 정도 끌린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힘은 사회 규범이다. 따라서 성과나 경쟁, 월급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업의 목적, 사명감, 자부심 등을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사회 질서 .를 유지하고 청소년들을 마약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경찰관들이나 소방관들을 치하하듯이 그들의 직업을 치하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업이 육아 및 집세 보조, 자유 근무 제도, 체력 단련실, 구내 매점, 가족 야유회 등의 실질적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여 노동자들의 정서적 감응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혜택과 편의들은 고용주와 노동자라는 분명한 시장 교환적 관계를 사회 규범적 관계로 전환시킨다. 사회 규범적 관계가 형성된 직원들은 일에 대하여 열의와 성실성, 회사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충성도가 약한 시장에서도 충실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받는다.
출처 : 언어알약(지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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