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정의

2011. 8. 9. 11:59言語

단어의 정의

단어를 ‘궁극적으로 독립된 의미 단위’라고 하여 의미를 기준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추천(秋天)’은 한 단어로 취급하지만 ‘가을 하늘’은 한 단어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를 ‘의미’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형태소 중에는 문장에서 자립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것이 있지만 단어는 문장에서 자립적으 로 쓰인다. 그리하여 흔히 단어를 자립성의 관점에서 정의한다. 자립성이란 문장에서 혼자 쓰일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자립성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우리말의 조사는 단어의 자격을 가지기 어렵게 된다. 명사나 대명사 등 체언에 조사가 결합한 형식은 어떤 면에서는 동사나 형용사 등의 용언 어간에 어미가 결합한 형식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어미가 결합한 형식 전체를 하나의 단어로 본다면 명사나 대명사에 조사가 결합한 형식도 전체를 하나의 단어로 보아야 할지 모른다. 실제로 우리말 문법가 중에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다. 또, 북한은 연구 초기부터 조사를 단어로 보지 않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그러나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그렇듯이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어미와 달리 하나의 단어로 취급한다. 조사에 선행하는 체언의 자립성이 어미에 선행하는 용언 어간의 자립성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어미와 달리 조사를 단어로 취급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자립성은 단어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에 꽤 유용한 정의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분명한 한계를 가지기도 한다. ‘돌다리, 등불’과 같은 합성어는 하나의 단어임에 분명하지만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인 ‘돌’과 ‘다리’, ‘등’과 ‘불’ 등도 문장에서 혼자 쓰일 수 있어 자립성을 가진 요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돌다리’나 ‘등불’이 단어가 아니라 ‘돌’과 ‘다리’, ‘등’과 ‘불’이 단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자리 이동(transposition)’이나‘휴지(pause)’, ‘분리 가능성(isolability)’등을 단어를 정의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곧 하나의 단어는 문장 내에서 자리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내부에 휴지를 둘 수 없으며 다른 단어를 넣어 분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리 이동이나 휴지, 분리 가능성의 기준에 의해 ‘돌다리’와 ‘등불’은 하나의 단어로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자리 이동이나 휴지, 분리 가능성의 기준으로 단어 정의의 어려움이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깨끗하다’는 분명 하나의 단어로 생각되는데, ‘깨끗도 하다, 깨끗은 하다’와 같이 단어 내부에 다른 요소의 개입이 가능하다. 이런 예외적인 현상의 존재는 단어의 객관적인 정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 준다.

단어의 정의가 어렵기는 하지만 단어는 가장 기본적인 문법 단위의 하나이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단위가 바로 단어이다. ‘맘마’, ‘물’, ‘빨리’와 같이 ‘한 단어를 말하는 단계’를 거쳐 ‘엄마 물’이나 ‘빨리 와’와 같이 ‘두 단어를 말하는 단계’를 거쳐 점차 완전한 문장을 말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또한 외래어를 받아들일 때나 외국어를 학습할 때도 단어는 가장 중요한 단위가 된다. 문법 기술에 있어서도 품사 분류를 논의하거나 단어 형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단어를 정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출처 : 언어알약(지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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