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0. 13:14ㆍ文化
[발자취] '병신춤'의 대가, 하늘 무대로
1인 창무극 공옥진 여사 별세
동물 모방 춤 타의 추종 불허 "슬픔·익살 극대화된 몸짓"
'병신춤 중에서도 곱사춤 / 곱사춤 중에서도 턱 붙은 곱사춤 / … / 이빨로 나락을 훑어 물에 말아 먹어 / 억지로 억지로 목숨 부지한 뒤에 / 울기 싫어서 웃기기로 했다 하니 / 그 사연이야 산 첩첩 물 첩첩일 터'(이승하 시 '공옥진' 중에서)
이른바 '병신춤'으로 잘 알려진 '1인 창무극'의 선구자 공옥진(81) 여사가 9일 오전 4시 52분 전남 영광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공 여사는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해 왔다.
1931년 전남 승주(현 순천)에서 판소리 명창 공대일 선생의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공씨는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일본으로 건너가 무용가 최승희에게서 춤을 배웠다.
아버지에게 창을 배웠고, 성원목·김연수·임방울 등 명창을 사사한 그는 1945년 조선창극단에 입단한 이래 평생 무용가의 길을 걸어왔다. 전통 무용에 해학적 동물 춤을 접목, '1인 창무극'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했다. 특히 '곱사춤'과 원숭이·퓨마 등 동물을 모방한 춤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1970~80년대 서울 원서동 공간사랑을 무대로 노래와 춤, 연기를 곁들여 펼쳐진 그의 1인극은 장안의 화제가 됐다. 심우성 한국민속극연구소장은 "그는 미친 듯이 춤판 위에 자신을 내던져 슬픔과 익살이 극대화된 몸짓을 보여준다."며 "그의 굿판은 우리 전통 예능의 짜임새인 소리·춤·극이 하나로 엮어진다."고 평한 바 있다.
공옥진씨가 2010년‘한국의 명인명무전’21주년 기념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얘기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 공연 안내책자에 실린 공씨 모습 / 연합뉴스
공씨는 그러나 1998년에 이어 2004년 다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왼쪽 몸이 마비돼 거의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또한 그의 1인 창무극은 역사적으로 전승된 것이 아니라 창작무용이라는 이유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지 못해 마음고생을 겪었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는 모습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2010년 마침내 전남도 무형문화재 '1인 창무극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됐고, 지정 다음 달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국의 명인명무전' 무대에 선 것이 마지막 공연이 됐다.
유족으로는 딸 김은희(63)씨와 손녀 김형진(40)씨가 있다. 공씨는 아이돌그룹 2NE1 멤버 공민지의 고모할머니이기도 하다.
9일 전남 영광 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아침부터 조문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1인 창무극의 유일한 전수자 한현선(47)씨는 "선생님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가끔 전수관을 찾아 문하생을 지도하며 마지막까지 열정을 보이셨다"고 전했다.
김희태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인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영광군과 협의해 고인이 남긴 유물과 각종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장례는 오는 12일 오전 9시 영광문화원이 주관하는 '문화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0115.html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shkim@chosun.com 입력 : 2012.07.1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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