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1. 16:58ㆍ經濟
3등급서 7등급 추락하는 데 1개월… 신용 원래대로 회복하려면 5개월
대기업에서 2년째 근무 중인 김윤정(28)씨는 지난해 12월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려다 깜짝 놀랐다. 카드사 직원에게 “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추가 서류를 내야 한다”는 답변을 들어서다. 당황한 김씨는 신용등급조회 사이트에서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해 봤다. 대출 이력도 없고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김씨였지만 6등급이었던 신용등급이 ‘신용거래 주의 등급’인 7등급으로 떨어져 있었다.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사용액을 몇 번 제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신용자가 돼 버린 것이다.
한국의 신용등급 체계가 유난히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내릴 때는 ‘급행’, 오를 때는 ‘완행’이다. 대출금 상환이나 카드 결제의 경우 5일만 연체되면 신용등급이 강등된다. 예컨대 비교적 우량인 3등급인 사람이 7등급으로 떨어지는 데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연체된 대출금이나 카드 결제액을 갚더라도 신용등급이 원상회복되기까지는 3~5개월이 소요된다. 7~10등급은 저신용자로 분류돼 은행 대출은 물론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들이 대출을 받으려면 제2금융권에서 연 20%가 넘는 금리를 물어야 한다. 5, 6등급인 사람들도 은행이 신규 대출 심사를 할 때 연 10% 이상의 고금리를 매기거나 대출을 거절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현재 신용등급 체계가 금융소비자보다 금융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졌다고 비판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국장은 “신용등급 산정방식이 금융회사가 돈 떼이지 않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을 빨리 내리고 천천히 올린다.”고 말했다.
한 번 연체 기록이 있으면 다음 번 연체 시에 신용등급 점수가 훨씬 더 많이 깎이는 점이 특히 문제다. 연체 대금을 갚더라도 연체 정보는 단기 연체인 경우 3년, 장기 연체인 경우 최장 5년간 기록이 남아 신용평가에 반영된다. 지난해 6월 개인신용평가회사인 NICE신용평가정보가 발표한 ‘신용관리 10계명’의 6번째 계명은 ‘연체는 단 하루도 하지 마라’였다. 고소득자라고 해도 이런 사소한 부분을 놓친다면 신용등급 하락은 시간문제다. 카드대금, 휴대전화 요금은 소액연체라도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NICE신용평가정보의 경우 신용평가 항목 중 연체 정보에 대한 반영 비중이 40.3%로 가장 높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25%로 부채 수준에 이어 두 번째로 반영 비중이 크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금융소비자의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잘 갚았나보다 얼마나 자주 연체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신용평가 업무는 2001년 카드 대란 이후 신용평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시작됐다. 신용평가 시스템이 생겨난 지 거의 100년이 다 된 미국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역사다. NICE신용평가정보의 김신숙 팀장은 “우리나라의 신용평가 역사가 오래되지 않다 보니 우량 정보 등을 수집하는 게 미국을 비롯한 다른 신용평가 선진국들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개인신용등급
신용평가회사가 각 개인의 신용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연체 금액·연체 기간·다중채무 여부·연체 반복횟수 등을 종합해 점수를 매긴다. 현재 1~10등급으로 분류되며 각 등급은 개인별 부실률(파산 확률)에 따라 나뉜다. NICE신용평가 통계를 예로 들면 1등급의 부실률이 0.07%인 데 비해 7등급은 7.12%다. 금융회사는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과 개인의 소득·재산을 합산해 대출심사나 카드 발급을 한다. 7등급 이하면 시중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렵고 카드 발급도 제한을 받는다.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1/11/10001913.html?cloc=olink|article|default 이태경 기자 hearns@joongang.co.kr 입력 2013.01.11 00:49 / 수정 2013.01.1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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