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닮는다

2009. 11. 19. 10:08人間

1912년 뉴욕 메이시 백화점 소유주 이사돌 스트라우스는 아내와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 여객선에 올랐다. 영국 사우스햄턴에서 첫 항해에 나선 타이타닉호였다. 빙산과 충돌한 타이타닉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여자와 아이들부터 구명정에 올랐다. 스트라우스 부인은 “40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 와 떨어질 순 없다”며 남편과 남는 길을 택했다. 소원을 묻는 신에게 “부부가 한날 함께 죽게 해달라.”고 한 신화 속 필레몬 부부 같은 얘기다.

▶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이 있다.

‘비익’은 암수가 눈과 날개 하나씩만 달려 있어 짝을 지어야 비로소 날 수 있는 중국 전설의 새다. ‘연리’는 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 가지와 잇닿아 결까지 서로 통하는 것을 이른다. 부부는 살며 한 몸이 돼간다는 얘기다. 백거이도 ‘장한가(長恨歌)’에서 현종과 양귀비의 비련을 그려 ‘하늘에선 비익의 새가 되고 땅에선 연리의 가지되리라.”고 노래했다.

▶ 흔히들 부부는 닮는다고 말한다.

영어에도 ‘Like husband, like wife’라고 한다. 그걸 실제로 증명한 연구가 나왔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이 사람들 앞에 부부 160쌍의 사진을 섞어놓고 닮은 남녀를 고르라고 했더니 부부가 많았다고 한다. 표정은 얼마나 자주 웃느냐 찡그리느냐에 따라 특정 얼굴 근육과 주름이 당기고 펴지면서 결정된다. 오래 살수록 부부의 감정 표현이 비슷해지면서 인상도 닮는 것이다.

▶ 부부는 병도 닮는다.

얼마 전 김현창 연세대 교수가 부부 3141쌍을 조사했더니 대사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배우자도 같은 병을 지닌 예가 많았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5개 중 3개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다. 한 집에서 먹고 자는 부부는 식성과 운동습관에 음주·흡연처럼 나쁜 습관도 닮아 병도 같이 걸리게 마련이다. 나아가 성격, 가치관, 생각까지 닮아가는 게 이치다.

▶ 부부는 3주 서로 연구하고, 3개월 사랑하고, 3년 싸우고, 30년 참고 견딘다고 한다.

다름으로 만나 같음으로 사는 게 부부다. 팔순의 김종길 시인이 ‘부부’를 말했다. ‘놋쇠든, 사기이든, 오지이든 / 오십 년이 넘도록 하루같이 함께 / 붙어 다니느라 비록 때 묻고 이 빠졌을망정 / 늘 함께 있어야만 제격인 / 사발과 대접.’ 부부가 서로를 닮으려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서로에게 바치는 최상의 배려이자 이해다. 좋은 부부는 그래서 닮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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