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013. 5. 6. 12:33法曺

[김동석의 동서남북] 중수부 없어져 시원하십니까?

검찰이 정권 시녀였다면, 정치권은 주인 마나님, 먼저 자기반성 않는 건 논리적 철면피 아닌가, 巨惡 사라졌다는 점 이제 스스로 증명해야… 아니면 중수부 현판 다시 붙는 날 올 수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역사가 오랜 조직이다. 대검에 수사 기능을 갖추기 위해 '중앙수사국' 설치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이 지난 1949년이었다. 당시엔 나라에 돈이 없어 무산됐다가 12년이 지난 1961년에야 실제로 중앙수사국이 발족한다. 이것이 중수부의 전신이다. 이후 1973년 특별수사부를 거쳐 1981년부터 현재의 중앙수사부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지난달 23일 내려간 중수부 현판은 짧게는 32년, 논의 시점부터 따지면 길게는 64년간 추구해 온 대검의 현장 수사 기능이 폐지되는 것을 뜻했다. 그날 밤 서초동 주점은 통음(痛飮)하는 검사들로 북적거렸다.

검찰 개혁은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예고됐다. 여야 검찰 개혁의 핵심적 내용이 대검 중수부의 폐지였다. 하지만 그간의 중수부 폐지 논리엔 참으로 요상한 점이 있었다. 검찰 개혁론은 요컨대 검찰이 그동안 '정치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 기관인 검찰을 시녀로 만든 사람들은 대체 누구냐'는 의문이 생긴다. 다름 아니라 번갈아 정권을 쥐었던 여당과 야당 사람들이었다. 검찰이 시녀였다면 그들은 어둠 속의 주인 마나님이었다. 그 마나님들이 의기투합해 "너는 시녀 노릇을 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현판을 떼게 했으니, 관전자 입장에서는 중수부 존치의 득실(得失)을 따지기에 앞서 그 논리적 철면피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이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그중 하필 자신들의 손톱 밑 가시였던 중수부를 겨냥해 여론을 몰아가는 과정을 돌이켜 보면, 역시 검찰은 죽었다 깨나도 정치인들을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대형 권력형 비리와 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중수부는 잡범을 상대하지 않으며, 평범한 시민은 죽을 때까지 중수부 구경할 일이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중수부를 국민적 혐오 대상으로 규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러 폐단에도 불구, 그동안 중수부가 거악(巨惡)과 싸워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처럼 서울중앙지검이 그 역할을 맡으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2012년 한 해 도쿄지검 특수부의 부패사범(뇌물·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기소는 11명에 그쳐 같은 기간 한국 대검 중수부의 기소 실적(55명)에 크게 못 미친다. 작년 도쿄지검 특수부의 유력 정치인·기업인 기소 실적이 거의 없었던 데 비해 중수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거물들을 줄줄이 기소했다. 지난해 중수부에 의해 기소된 전·현직 국회의원만 9명이다.

한 고위직 법원 관계자는 "중수부 해체는 이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어찌 됐든 중수부는 검찰에서 마지막 자리인 총장이 지휘한다. 그 역할을 대신할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 1순위 후보자다. 과연 서울중앙지검장이 더 중립을 지킨다는 보장이 있을까." 또 다른 법조인은 "중수부 없어져서 제일 시원해할 사람들은 이번에 중수부를 없앤 바로 그 사람들"이라고 했다.

큰 도적이 사라진 태평성대엔 포도청과 사헌부가 개점휴업 한다. 그러나 포도청과 사헌부를 없애면 큰 도적도 사라진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시녀 중수부 폐지를 주도한 마나님들이 정신 차릴 차례다. 중수부가 정말 필요 없는 조직이었다는 점을 국민 앞에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들의 구악과 부패, 권력을 이용한 탐욕, 치부((恥部)가 또 모습을 드러내면 검찰의 역사박물관에 들어갔던 중수부 간판이 다시 벽에 붙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05/2013050501545.html?gnb_opi_opi03 김동석 사회부 차장 입력 : 2013.05.0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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