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호박(누른디이, 누른덩이, 늙은호박, 맷돌호박)

2015. 12. 28. 09:01常識

정혜경(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청둥호박은 여름에 수확하지 않고 노랗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수확한 것이다. 청둥호박은 애호박이나 풋호박에 비해 성숙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맷돌호박이라고도 한다. 맷돌호박은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하게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박은 박과에 속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호박은 동양종으로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로 추정한다, 호박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9000년 전부터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전 세계로 전파했다고 한다.

세상사를 말할 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 피다 지고 맺힌
늙은 호박덩이 일지라도
긴 여름을
허투로 살지 않음을 알 수 있네

삼복더위 거친 땅을 거두고도
처서 넘어 입동까지도 지칠 줄 몰랐을
저 불같은 열정을,
초 겨울 서릿발 친 논두렁에
보잘 것 없이 버려진 너를
칼로 두 동강 내고서야
한 여름 해질녘마다 사라졌던 뜨거운 불볕이
네 안에 빼곡히 들어 차 있음을 알았네.

사람아 사람들아
세상을 살았다는 것은
숨 막힐 그 순간까지
저토록 뜨겁게 살다가는 것이라네.
늙은 호박 / 박철영

그래서일까? 위 시에서도 보듯 청둥호박은 숙성된 기간만큼 성숙하고 더 많은 영양소와 효능을 가진다. 청둥호박을 두고 노래한 시인은 호박의 겉만 보고 말하지 말고 늙은 호박이 견뎌낸 시간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나 식품이나 마찬가지다.

청둥호박은 쓸모가 많은 채소다. 우선 겉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으므로 식량이 부족하던 과거에는 가을부터 이듬해까지 구황(救荒) 식품으로 이용했다. 또 어린덩굴과 잎은 익혀 먹고, 호박은 죽을 끓여 먹거나 잘 말려서 각종 요리에 쓰인다.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당분이 증가한다. 청둥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돼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특히 좋다. 전분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가 잘되는 당질과 비타민A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이 베타카로틴인데, 이 성분 때문에 청둥호박이 노란빛을 띤다. 녹황색 채소나 과일, 조류에 많이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항산화 작용을 하고,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들어가면 비타민A와 같은 효력을 나타낸다.

베타카로틴은 매우 중요한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nutrient, 식물만이 가진 영양소)로서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고 최근에는 폐암 예방 효과까지 입증됐다. 베타카로틴을 함유한 녹황색 채소의 대표식품격인 시금치는 2002년 미국의 ‘타임’지에서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청둥호박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박은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는 물론 기운을 북돋아 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변비에 효과적이다.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에 출산 후 여성의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청둥호박이 산모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산모의 적혈구나 헤모글로빈 수치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둥호박을 주원료로 한 한방 생약재 추출액을 분만 직후 산모에게 주었더니,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수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보인 것이다.

청둥호박은 껍질부터 과육, 씨까지 영양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만큼 통째로 다 활용해도 좋다. 호박씨에는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E가 들어 있어서 뇌의 혈액순환과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과 머리를 좋게 하는 레시틴 성분이 많고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다.

호박씨가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 호박씨를 구워서 먹으면 젖이 많이 나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겨울철 기침이 심할 때 구워서 설탕이나 꿀과 섞어서 먹으면 효과가 있으니, 긁어낸 호박씨는 버리지 말고 따로 모아 말려 먹거나 삶아서 보약처럼 먹어도 좋다.

청둥호박은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많이 먹는 호박죽이나 호박범벅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고구마, 팥, 넝쿨 콩, 찹쌀, 새알심 등과 함께 만드는 호박범벅은 맛도 좋지만 다양한 영양소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밥을 대신한 훌륭한 영양식이다.

호박의 과육 부분을 쪄서 으깬 뒤 죽처럼 만들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호박죽이 된다. 그리고 청둥호박의 당분을 이용해서 호박엿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또 과육을 우리거나 졸여서 차로 마실 수도 있다. 호박 차는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더욱 좋다.

청둥호박으로 만든 호박 꿀단지는 출산한 뒤의 부기를 빼기 위한 음식으로 이용한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꼭지 부분을 동그랗게 도려내고 속의 씨를 긁어낸다. 속에 꿀을 한 컵 정도 넣고 도려낸 부분을 다시 막아 3~4시간 동안 찌면 안에 물이 고이는데, 이것을 따라 마시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호박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 청둥호박은 선명한 황색을 띠는 것이 좋다. 색이 너무 연하면 속이 덜 익거나 영양이 떨어진 것일 수 있다. 껍질에 윤기가 돌고 전체적으로 동그랗게 균형이 잡혀 있고, 분가루 같은 하얀 것이 많이 묻어있는 호박이 맛있는 호박이다. 또 꼭지가 무르거나 멍들이 않고, 속으로 움푹 들어간 호박이 더 달다. 호박을 들었을 때 너무 가벼울 경우 속과 조직이 엉성할 수 있으니 묵직한 호박을 사는 것이 좋다.

청둥호박을 보관할 때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며, 잘라서 손질한 후에는 잘 밀봉해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으면 좋다.

깊어가는 겨울, 뜨끈한 호박차 한 잔으로 속도 달래고 건강도 챙겨보자.

출처: 전자신문(2015.12.28.)

호박은 조선 말기로 오면서 서민의 부식으로 자리를 굳혔고, 구황식품으로 한몫을 하기도 하였다.

호박은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인 호박의 열매로 원산지는 페루의 안데스산록이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사찰에서 승려들이 많이 심어 먹었으므로 승소(僧蔬)라 부르기도 하였다. 카로틴이 풍부하고 비타민 B와 비타민 C도 풍부해서, 위염·위궤양·설사 등 소화기관에 병에 좋다.

호박죽(청둥호박을 푹 삶아서 짓이겨 끓이다가 쌀가루를 풀어서 쑨 죽)

호박죽을 만들 때는 먼저 호박을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어 물을 잠길 정도로 붓고 삶는다. 호박이 푹 무르면 건져서 주걱으로 살을 긁어낸다.

이어 콩도 삶는데 풋콩일 경우는 그대로 삶고 마른 콩일 경우는 물에 불렸다가 삶는다. 콩이 거의 물렀으면 찹쌀을 넣어 끓인다. 찹쌀이 익으면 여기에 긁어 놓은 호박살을 넣고 어우러지도록 다시 한 번 끓인다. 호박죽은 맛이 부드럽고 당분이 많으므로, 회복기의 환자나 노인식으로 특히 좋다.

호박죽에는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A로 변하는 카로틴이 많으므로, 비타민A의 공급원으로도 매우 좋다. 한편, 애호박으로 끓일 때는 쇠고기를 채 썰어 양념하여 볶다가 불린 쌀을 넣고 끓인다. 쌀이 어느 정도 익으면 애호박을 썰어 넣고 다시 끓이다가, 호박이 파랗게 익었을 때에 맑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식재료

청둥호박 800g, 팥 (삶은 것)200g(1컵), 찹쌀가루 50g(1/2컵), 반죽물 100ml(1/2컵), 물 1.1L(5 1/2컵), 소금 4g(1작은술), 설탕 36g(3큰술)

조리방법

1. 청둥호박은 씨와 껍질을 제거한 후 납작하게 썰어 둔다.
2. 냄비에 늙은 호박과 물을 조금 넣고 늙은 호박이 푹 무르도록 삶는다.
3. 다 삶아진 늙은 호박은 곱게 으깬 다음 삶은 팥과 물을 약간 넣고 끓인다.
4. 찹쌀가루를 물에 풀어 3에 넣고 잘 저어 다시 한소끔 끓인 다음 설탕과 소금을 넣으 간을 맞춘다.

호박범벅(청둥호박과 찹쌀가루를 버무려서 찐 음식)

식재료

찹쌀가루 400g(4컵), 팥 210g(1컵), 차조가루 1컵, 강낭콩 200g(1컵), 밀가루 50g(1/3컵), 물 2L(10컵), 소금 4작은술, 늙은 호박 2kg(1/2개)

조리방법

1. 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씨를 긁어내어 적당한 크기로 썬다.
2. 강낭콩은 물에 불려 놓는다.
3. 팥은 깨끗이 씻어 삶는다.
4. 냄비에 호박을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5. 호박이 익으면 으깬 후 불린 강낭콩과 삶은 팥을 넣어 같이 끓인다.
6. 차조가루를 넣어 끓이고 소금을 약간 넣는다.
7. 찹쌀가루를 조금씩 넣어 가며 저어 주고 농도를 진하게 하려면 밀가루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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