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4. 22:09ㆍ經濟
美 대공황 이후 가장 숨 가빴던 일주일, 월가 붕괴위기서 사상최대 구제금융 결정까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여겨져 온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 계획에 따라 일단 한고비를 넘기고 수습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1년여 전부터 서서히 금융시장이 혼돈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지만 월스트리트가 한꺼번에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된 것은 일주일 전부터였다.
◇ 9월14일(일)
리먼브러더스의 유동성 위기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말부터 미국 금융당국의 수뇌부들이 바빠졌다.
12일 밤부터 14일까지 헨리 폴슨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콕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등은 주요 금융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부지런히 만나 리먼의 회생방안을 위해 민간에서의 지원이나 인수를 타진했지만 오히려 금융회사 CEO들은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정부는 그러나 "리먼에 대한 구제금융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영국의 바클레이즈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리먼의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는 희소식이 들렸으나 14일 바클레이즈가 돌연 협상장에서 철수, 결국 리먼은 심야에 백기를 들고 파산보호 신청을 결정했다.
리먼의 운명을 지켜본 메릴린치는 500억 달러라는 헐값에 BOA에 인수됐다.
◇ 9월15일(월)
미국보다 12시간가량 먼저 장을 연 아시아 증시는 대폭락을 연출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시장안정을 위해 이날 하루 300억 유로를 방출키로 했으며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단기 금융 시장에 50억 파운드를 투입했다.
뉴욕증시는 개장 10분 만에 다우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떨어진 후 결국 498.86포인트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최대의 낙폭이었다.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의 주가는 개장 초 93%나 추락,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의 주가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원유가격은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에게 브리지론을 통해 AIG에 700억∼750억달러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AIG는 이날 주가가 70% 가까이 폭락했다. 리먼의 다음 차례는 AIG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 9월16일(화)
시장 개장을 앞두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하루 500억 달러의 유동성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 증시는 개장 초 105포인트(1%)나 떨어졌고 월가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3.4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70% 감소했다는 소식에 시장의 불안은 커졌다.
문제는 AIG였다. AIG의 주가는 개장과 함께 50% 이상 주저앉았다. 올해 1월초 56달러에 달했던 AIG의 주가는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3달러 선까지로 추락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AIG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다우지수는 153.4포인트 반등한 채로 마감했다.
이날 밤 FRB는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단행해 이 회사 지분 79.9%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AIG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로 파국으로 치닫는 시장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 9월17일(수)
AIG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개장과 함께 폭락했으며 결국 446.92포인트나 빠진 채 마감됐다.
하락폭은 15일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충격파는 더 컸다. 15일의 주가폭락은 정부가 리먼을 포기한데 따른 쇼크 때문이었지만 이날은 정부가 AIG를 구제했음에도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충격은 자금시장으로 옮겨갔다. 은행들이 갑자기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하면서 하루짜리 단기금리가 폭등했다. 누가 언제 파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용경색이 극에 달한 것이다.
워싱턴뮤추얼은 스스로를 매물로 내놨으며 모건스탠리와 와코비아은행도 살 길을 찾아 합병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자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극에 달하면서 금 가격이 사상 최대의 폭등세를 나타냈고 원유가격도 다시 100달러 선 가까이로 급등했다.
은행 예금처럼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던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환매사태가 빚어졌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추락하면서 미국 발 금융위기가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표현이 현실로 다가왔다.
◇ 9월18일(목)
세계 금융시장이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짐에 따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나섰다. 일본 중앙은행이 600억 달러, 유럽중앙은행이 550억 달러, 영국 중앙은행이 400억 달러, 스위스내셔널은행이 150억 달러, 캐나다중앙은행이 100억 달러 등 모두 1천800억 달러의 달러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남부지역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대국민 성명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매도를 잠정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뉴욕 검찰이 공매도 실태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 주가는 한때 15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가 후반에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면서 결국 410.68포인트 상승으로 마감했다. 이에 자극받아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등했다.
이쯤에서 시장분위기를 완전히 돌려놔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 등은 이날 밤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공적자금으로 금융회사들의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방안을 협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 9월19일(금)
부시 대통령은 이틀 연속 대국민성명을 발표했다. 유례없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공적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아울러 설명했다.
폴슨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모기지채권 매입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의회와 협의, 고강도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5천억 달러 정도의 공적자금을 들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정리신탁공사 설립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SEC는 799개 주식종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조치를 취했다. 재무부는 MMF의 지불보장을 위해 환율안정기금에서 빼낸 500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뉴욕주가는 360.93포인트 상승하면서 11,388.44로 마감, 한주일 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제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 계획의 발표만 남았다.
◇ 9월20일(토)
부시 행정부는 7천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으로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제금융 법률안을 마련해 아침 일찍 의회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2천억 달러가 더 늘어난 것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 이뤄지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지도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신속한 법안처리를 당부했으며 재무부와 FRB는 의원들을 상대로 법안 내용을 브리핑했다.
의회로서는 입이 쩍 벌어지는 액수지만 행정부는 22일 증시가 열리기 전까지 법안을 확정지어 시장에 안정심리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01&cm=헤드라인&year=2008&no=577517&selFlag=&relatedcode=000010290&wonNo=&sID=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2008.09.21 06:20:30 입력, 최종수정 2008.09.21 1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