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4. 21:54ㆍ經濟
3인(人)의 성공은 3금(禁)이었다 … "낭비·유행·마트 삼가라"
둘이 버니 팍팍 쓰고 남 말 좇아 투자하고, 편하다고 시장 대신 마트 가면 재테크와 멀어집니다.
둘이 버니까 두 배로 모으겠다고? 모르시는 말씀.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매달 이맘때쯤 되면 쏟아지는 카드 청구서들을 볼 때마다 푹푹 한숨짓는 맞벌이 부부들이 적지 않다. 혼자 버는 외벌이 가정에 비해 소득이 많다 보니, 지출할 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유롭게 지출하다 보니 많이 벌고도 가난하게 사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돈 정보가 모여 있는 금융권의 맞벌이 부부들은 과연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을까? 결혼한 지 2년 만에 내집 마련에 성공해서 재테크 고수(高手)로 불리는 박명자(36·외환은행 대리), 심경원(29·굿모닝신한증권 주임), 김혜진(29·롯데카드 사원)씨에게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봤다.
◆ 최대 관심은 집테크
― 아이 없을 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혼하자마자 집 사려고 주말마다 남편이랑 서울 시내를 샅샅이 뒤졌다. 지난달 당산동에 99㎡대 아파트를 6000만원이나 깎아 4억3000만원에 샀다. 돈 없다고 불쌍한 척했는데 집주인이 마음이 동했는지 깎아줬다. 부동산은 딱 한 곳하고만 집중 거래해서 음료수도 사다 주며 신뢰를 쌓았는데, 집값 깎을 때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 지금 마포에서 사는데 아이(4살) 교육 문제를 생각해 강남 쪽으로 이사하려 한다. 마포는 교통도 편하고 살긴 좋지만 교육 여건이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근데 강남 쪽은 최근 분양된 반포자이 아파트도 그렇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도 3억~4억원은 대출받아야 99㎡대 집을 살 수 있으니 망설여진다. 아이가 어려서 당장 급한 게 아니라 일단 관망 중이다.
― 서울보다 넓고 환경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서 2년 전에 남양주 초입에 105㎡대 집을 샀다. 기대도 안 했는데 집 사고 나서 집값이 1억 이상 올랐다. 대출받아서 집 사는 걸 겁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은행 빚을 지고 집을 사면 긴장감이 생겨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다.
◆ 노후 길어졌는데… 20억은 모아야죠.
― 나중에 현금으로 20억은 있어야 자식한테 구박당하지 않을 것 같다. 향후 15년간 돈을 번다고 가정하면, 연 15% 복리 기준으로 매달 300만원씩 저금해야 20억을 만들 수 있다.
― 96년 입사할 때만 해도 '사람이 재산'이라고 술 마시며 인맥 쌓기 위해 돈을 쓰자는 분위기였는데, IMF 외환위기 이후 취업연령은 늦어지고 퇴직은 빨라지다 보니 사람들이 긴장해서 돈 모으기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 사실 나중에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유학 보내달라고 할 때, 돈 없어서 못 보내주게 되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
― 맞벌이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장기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자녀 교육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결혼 후가 아니라 결혼 전부터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서 실천해야 한다.
― 똑같은 월급 받고 일해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모습은 달라진다. 재테크는 '정보'와 '선택'이 관건인데 정보는 본인이 관심이 없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기 쉽지만, 눈과 귀는 늘 열어놓고 살아야 한다.
◆ 시행착오도 때론 약(藥)이 된답니다.
― 지난해 펀드와 주식 등에 투자해 20~30% 정도 수익률을 올렸다. 올해 집 살 계획을 세워놔서 한꺼번에 팔진 않고, 조금씩 분할 매도했다. 내 집 마련이나 결혼 자금 등 돈을 써야 할 일이 있다면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쪼개서 파는 것이 정답이다.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어렵다면, 매달 일정액을 적립식 형태로 랩(Wrap·종합자산관리계좌)에 넣는 것도 방법이다.
― 아이 돌 반지를 몽땅 팔아서 작년 9월에 중국펀드에 가입했는데 아뿔싸, 끝물이었다. 사무실에서 중국펀드 하나 없으면 완전 왕따 당하는 분위기여서 무작정 들었는데 너무 후회된다. 올 초엔 석유화학 업종이 좋다는 얕은 정보만 믿고 투자했는데, 내가 사고 나서 정말 단 한 번도 오르지 않더라. 다시는 남들 말만 믿고 투자하지 않겠다.
◆ 노마트(No-Mart)족 될래요.
― 할인마트 가는 횟수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줄였다. 마트 가면 '1+1 상품' 등 미끼 상품이 많은데 썩는 게 아니면 사게 되니까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자동차 기름 값도 아깝다. 가격은 약간 비싸도 동네 슈퍼에서 당분간 장을 볼 생각이다.
― 요즘 마트 가서 장 보면 기본 10만원은 나온다. 1~2주일 치를 한꺼번에 사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아파트 단지 내 알뜰장터를 이용하면 채소나 과일 같은 건 엄청 싸게 살 수 있는데, 퇴근하고 가 보면 전부 문 닫고 없으니 안타깝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8/2008061801576.html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입력 : 2008.06.18 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