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파일

2009. 11. 25. 10:14經濟

[정혜전 펀드팀장의 '재테크 파일']

국내 자산가 4만 명의 금융투자 포트폴리오 살펴보니…, 채권·MMF(머니마켓펀드) 등 '안전한 투자' 늘리고 주식 비중 줄여

1억 원대 투자자들 채권 비중은 7% 불과, 30억 원대 거액 자산가… 금융자산 24% 채권투자

재테크 정상화되는 과정

중소기업 사장 김모씨는 작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5년 만기 지역개발채권에 50억원을 투자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하로 채권 금리가 하락(채권가격은 상승)해 김 사장은 6개월 만에 연 18%의 수익률(세후 4억3000만원 수익)을 올렸다.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올 4월부터는 채권에서 일부 자금을 빼, 채권보다는 손실 위험이 높지만 더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자산으로 갈아탔는데 그것이 적중했다. 코스피지수 1200대에서 국내 주식형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10월까지 20%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하락기와 주가상승기 흐름을 절묘하게 타면서 고수익을 챙긴 김 사장은 지난 10월 주가가 조정세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만기 10년짜리 국민주택 2종채권 투자에 나섰다. 절세(節稅) 채권에 투자해 올해 벌어들인 수익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국민주택채권은 세후 연평균 수익률이 4.8%로 매매차익이나 이자소득에 대해 단 한 푼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 자산이 많은 투자자들은 돈의 흐름을 빨리 읽는 경향이 있다. 높은 수수료를 물고 여러 은행이나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 전문투자자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투자구성 내역)를 짤 수 있는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자산불리기에 성공한 자산가들은 향후 증시와 부동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윳돈을 어디에 굴리고 있을까.

본지가 삼성증권에 의뢰해 24일 현재 금융투자자산이 ▲1억~2억 원 ▲10억~20억 원 ▲30억 원 이상인 투자자 4만 명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봤다. 이들 거액 투자자들 대부분은 주택이나 상업용빌딩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부동산과 예금을 제외한 여유 자금의 투자동향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채권 투자 늘리는 거액자산가들

분석 결과, 이들의 여유자금 투자액 가운데 주식과 펀드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예컨대 1억 원대 투자자들은 주식과 국내외펀드에 각각 59%와 14%씩 투자하고 있다. 이어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비중이 15% 안팎으로 높았고,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투자가 3~5%가량 차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산이 많은 투자자일수록 채권투자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1억 원대 투자자들은 채권투자비중이 7%인 반면, 10억원대 투자자는 13%, 30억 원대 이상 투자자들은 전체 금융투자자산의 4분의 1(24%)을 채권에 투자했다. 고액 자산가일수록 고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의 분산 투자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상승에 따른 주식평가이익 증가분이나 이자수익 등을 제외하고 작년 말과 24일 현재 자산별 투자 비중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자산가들은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융상품 투자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 같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반면 주식과 펀드 투자비중은 줄였다.

은행 예금만 거래해오던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최근 절세형 채권 중심으로 채권 매수를 시작했다. 3개월짜리 단기 정기예금으로만 80억 원대 자산을 굴리던 대학교수 이모씨는 지난 10월부터는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예금을 순차적으로 지역개발채(세후수익률이 5.2%)에 투자하고 있다. 상장회사 지분 매각으로 200억 원을 챙긴 상장사 대주주도 부동산 매입자금(100억 원)을 제외하고, 30억 원을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했다. 물가연동채권이란, 물가 상승기에 원금과 이자를 물가상승분만큼 더 쳐주는 채권으로, 원금 상승분에서 발생한 수익은 비과세된다.

반면 자산가들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펀드와 중국펀드 등 해외펀드에서는 돈을 빼는 추세다. 해외펀드에 주어지는 해외주식매매차익에 대한 이자소득세(15.4%) 면제혜택이 연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WM)리서치 파트장은 "4분기 들어 거액 투자자들이 회사채, 국내주식, 부동산, 원자재 순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많이 빠지자 해외주식형펀드를 국내주식형펀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말했다.

◆ "안전자산 늘리며 투자자산 정상화"

자산가들의 최근 투자패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주가 상승기 때 여윳돈이 많은 투자자들은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돈을 주고 주식 투자를 증권사에 일임하는 것)를 통해 대형우량주를 직접 사들이는 등 고위험 자산 비중을 잔뜩 높여 놨다. 그러나 지난 10월 이후부터는 투자자들이 국고채와 회사채, MMF,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안전자산에 분산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정상화시키고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소액투자자들은 금액이 적다 보니 무조건 주식형펀드에 몰빵투자하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이미 지나갔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 파트장은 주식투자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주식형펀드 30%, 해외주식형펀드 20%, 금·유가 등 대안투자 15%, 채권 20%, 예금 11% 등으로 자산을 분산해놓는 것이 바람직한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충고했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파트장은 "금융소득이 연 4000만 원 이상 발생해 최고 38.5%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야 하는 투자자들이 예금이 아닌 채권을 통해 절세 재테크를 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투자자 역시 세후(稅後) 수익률이 높은 채권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금융상품. ELF(Equity Linked Fund)는 이러한 ELS 상품들에 투자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들 상품은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일정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주가가 일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1/24/2009112401452.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3 정혜전 펀드팀장 cooljjun@chosun.com 입력 : 2009.11.2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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