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

2020년03월05일 개최할 청문회 준비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 모습

참, 가슴 아픈 현실이다.

조국 교수의 선친이신 고(故) 조변현 선생님은 나의 중학교 은사님이시다.

1960년대 그때는 스승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심으로 선생님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는 매우 어렵고, 무서운 존재였다. 고(故) 조변현 선생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나오신 분이라고 했고, 그때 우리 부산중앙중학교의 선생님들께서는 일본 유학파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서울의 유수한 대학을 나오신 분들도 꽤 많이 계셨다. 아마도 지식인들의 설자리가 많이 없었던 관계로 교직에 주로 봉직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선생님께서는 머리는 스포츠 두발 형태로 항상 단정하셨고, 얼굴은 좀 까무잡잡했고, 호리호리하면서 키도 조금 큰 편이기는 했지만 워낙 목소리도 차분하게 깔면서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분이라 우리들이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많이 어렵게 느꼈다.

1980년대 초반 저녁 무렵 언제인가 대신동 (구) 동아대학교 입구로 이어진 도로에서 선생님을 한번 뵈었다. 반가운 마음에서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가만히 자세히 보니 택시 기사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시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끼어들기도 그렇고 해서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거기는 대신동 수원지공원과 인접해 있었기에 조용하고 한적한 고급주택가로 정평이 있는 곳이었는데, 조국교수의 출신학교만 보더라도 아마도 거기에 자택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조국 교수가 부임하여 인기가 높다고 하여 검색을 해보았다. 조국 교수가 고(故) 조변현 선생님의 자제분이란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니 조국 교수와 그 선친 되시는 고(故) 조변현 선생님과는 모습이 거의 닮았다. 코도 꼭 닮았다. 그렇지만 오히려 조국 교수가 얼굴 색깔도 훨씬 밝고, 좀 잘 생겼다고나 할까?

나중에 알고 보니 조국 교수는 부산에서 내가 봉직했던 학교 인근의 구덕초등학교 출신으로,  부산대신중학교를 거쳐 혜광고등학교를 1982년에 27회로 졸업하고, 그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하였다고 한다.

이후 다양한 사회활동을 거쳐 2000년부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하고, 이어 2004년 5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논의 당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면서 사법개혁위원회(대법원장 자문기구)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이의 폐지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가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설치하는 법을 만들지 않는다고 국민을 상대로 TV를 통해 강변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에 국회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고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법률을 2007년 통과시켰다.

사법시험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폐지시켰다는 것이 세론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는 사법시험 폐지를 결정했고,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17년 전면 폐지됐다. 결국 가장 공정하고 사심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이 시대 최고의 등용문인 사법시험은 그 종언을 고하였다.

가진 자든 갖지 못한 자든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가장 공정하고 평등한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많은 청춘들의 꿈을 앗아가고 말았다.

법학(法學)도 학문적 체계를 지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을진대, 전국 184개 대학 중 내로라하는 약 14%인 25개 대학만이 법학과를 폐지하고, 대신 비싼 등록금을 받아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운영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법학도 학문적 대상으로 교묘정치(巧妙精緻)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법학전문대학(로스쿨)을 설치하여 학문으로서 존립해야하는 근거를 말살하여 법률실무자만 양산하였고, 또한 입학은 하였으나 변호사시험 응시규정에 따라 여기에서 탈락한 수많은 청춘들의 퇴로마저 봉쇄하고 말았다.

이에 처음부터 사법시험과 거리가 먼 조국 교수는 아들은 변호사를 시키기 위하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시켰고, 딸은 의과대학과는 거리가 먼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하고도 의사가 되기 위하여 의학전문대학에 진학하여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자식들의 진로를 고민하고,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인지상정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편법을 쓰거나, 부모의 영향력으로 공정한 경쟁을 훼손시켜서는 절대 안 된다.

결국 조국 교수는 아들과 딸을 이 시대 최고의 직업인 변호사와 의사의 길을 걷게 하여, 소위 문무(文武)의 양날을 손에 쥐게 되었다.

이미 늦었지만 처음부터 그는 그의 아들과 딸을 변호사와 의사의 길을 걷게 하려는 그런 뜻이 있었다면 애당초 사법시험의 폐지에는 관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법과대학으로 진학시켜서 사법시험을 치르게 하고, 딸은 바로 의과대학에 진학시켜서 의사의 길을 걷게 하였다면 작금의 잡다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2022년 01월 27일 현재 대법원 구성원

[터치! 코리아] 조국의 강, 이재명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