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
2022. 5. 3. 09:31ㆍ受持
우리 막내 강아지,
오늘이 생일이구나. 생일 많이 축하한다.
엄마가 너를 해운대산부인과에서 낳아서 대연동 집으로 안고 돌아와 안고 젖 먹이고 있는 모습을 아빠가 학교에서 퇴근해서 본 것이 벌써 40년이 지났구나.
그때 일본에서 호랑이 할머니가 집에 와 계셔서 너에게 관심을 많이 못준 것이 미안하구나.
우리가 당리동으로 이사 갈 때 신평 큰어머니가 돌도 지나지 않은 젖먹이 누운자리 너를 안고 간지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무척 많이 흘렀구나.
길 옆 한쪽에서 언니하고 둘이서 손잡고 곱슬머리 위에 유아원 모자 쓰고, 유아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너를 본 것도 벌써 많은 세월이 흘러갔구나.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결혼도 하고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이 되었구나.
예쁘고, 아름답게 잘 성장해주어 고맙다.
옛 어른들은 나이 40을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스스로 마음이 흐려져서 흔들리거나 무엇에 홀리지 않고, 어리석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항상 존중받고, 사랑받으면서 맑고 깨끗하고, 예쁘게 잘 살기를 이 애비는 가슴깊이 바란다.
우리 막내 강아지, 진심으로 생일 축하한다.
와인 절대로 먹지 말라. 애비가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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