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6. 11:32ㆍ一般
지난 금요일 정원의 소나무(홍송)를 전지하는데 근처의 물까치가 모두 모여들어 괴성을 지르고 난리를 피우고 있어도 원래 온갖 새들이 다 찾아 오기에 그러려니 하고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다리 위에서 전지를 하면서 한쪽 가지 위를 보니 웬 새집 같은 게 있어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니까 물까지 새끼인 듯 오글오글하니 여러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몇 년 전에 물까치가 떼로 몰려와서 바로 그 소나무 맨 끝에 집을 지으려다 가지가 많아서 포기하고 갔는데 이번에 조금 아래 가지에 둥지를 튼 모양이다.
아차 싶기도 하고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어 전지 작업을 중단하였다. 다른 소나무를 전지하다 보니 거기서도 물까지 둥지인 듯한 빈 둥지가 소나무 가지 사이에 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것까지 모두 합쳐보니 모두 네 개다. 전에는 모두 빈 둥지였는데 이번에는 거주자가 있었다. 하! 이 녀석들이 주인도 모르게 수년간 임대료도 내지 않고 무상으로 거주한 모양이다.
하기야 자연에 영원한 주인이 어디 있을까? 나도 자연을 잠깐 빌어서 살고 있는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새나 인간이나 모두 자연의 일부인 것을.
이후 안에서 매일 지켜보고 있으니 이소를 준비하는지 일요일부터 큰새들이 분주히 둥지를 드나들면서 꼬리를 곧추 세우고 뭐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다.
오늘은 둥지 위로 새끼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옹기종기 뭉쳐서 둥지 경계선 위로 몸이 툭 튀어나올 만큼 가득 차 있다. 벌써 집이 좁아서 곧 나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리라.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는데 걱정이다. 이왕 올 비라면 이소 전에 비가 오는 것이 좋을지, 이소 후에 비가 오는 것이 좋을지 아무튼 걱정이다.
부디 아무 일 없이 잘 자라기를 기대해본다.
오후의 모습


2026년 5월 27일 수요일
오늘 아침까지 비가 내린다.
간밤에는 비가 제법 왔다. 녀석들은 둥지 속에서 온몸으로 비를 맞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완전 무사하다. 기특하다.
이제는 둥지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소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어미들의 움직임도 둥지 곁으로 다가가기도 하고 전깃줄 위에서 둥지를 보기도 하면서 매우 부산하다.


2026년 5월 28일 맑음
오전에 새끼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고 어미들도 부산하게 움지기더니 오후에 보니 모두 이소하고 둥지가 휑하니 비어 있다.
녀석들 임대요는커녕 인사도 없이 모두 떠났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그러나 모두들 내집에서 안천하게 성장하여 모드들 무사하게 이소하였으니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다.
지금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녀석들은 멋지게 활공하고, 어떤 녀석 둘이는 ㅎㄴ 놈이 다른 한 놈을 보고 뭐라고 지껄이다 서로 다투는 듯하다가 날나가고, 또 한 놈은 따라서 날아간다. 곧 또 다시 전깃줄에 앉아서 사랑 싸음인지 또 서로 쫒고 쫒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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