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25. 14:29ㆍ一般
우리나라는 거의 70% 이상이 산으로 되어 있다. 사방을 들러보면 모두가 산이다. 그민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그러면 이 산들은 어떻게 만들어 졌느냐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이다. 그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되는데 우선 비슷한 두 가지부터 짚고 가기로 한다. 먼저 조산운동(造山運動)과 조륙운동(造造運動)은 땅이 움직이는 스케일과 방향, 그리고 결과물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조산운동은 '거대한 산맥'을 만드는 운동이고, 조륙운동은 '넓은 대륙'을 통째로 들어 올리거나 내려서 평원이나 산을 만드는 운동이다.

1. 조산운동(造山運動)이란?
한자 뜻 그대로 '산(山)을 만드는(造) 운동'이다. 곧 수평으로 밀어붙여 산을 만든다
지리산이나 히말라야산맥을 만든 힘인데, 양옆에서 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횡압력)이 작용할 때 일어난다. 단단한 땅이 양옆에서 밀리면 위로 솟구치거나 구겨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땅이 구겨지는 습곡, 끊어지는 단층, 그리고 격렬한 화산 활동이나 대규모 변성 작용(지리산 편마암의 원인)이 함께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폭은 좁지만 아주 높고 험준한 산맥이 형성된다.
대륙판과 대륙판이 부딪치거나, 바다판이 대륙판 밑으로 파고들 때 발생하는 엄청난 힘 때문에 땅껍질(지각)이 구겨지고(습곡), 끊어지고(단층), 솟아오르는(융기) 거대한 힘의 과정을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이나 영남 알프스, 지리산 같은 거대한 산줄기들은 모두 이 조산운동의 결과물이다.
2. 조륙운동(造陸運動)이란?
수직으로 대륙을 서서히 올리고 내린다. 조륙운동은 땅을 옆에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아주 넓은 면적의 대륙이 통째로 서서히 위로 솟구치거나(융기) 아래로 가라앉는(침강) 운동이다. 마치 무거운 배에 짐을 실으면 가라앉고, 짐을 내리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지각 평형)이다.
땅이 구겨지거나 끊어지지 않고, 원래 평평했던 지층이 평평함을 유지한 채 그대로 오르내린다. 그래서 조산운동처럼 격렬한 습곡이나 화산 활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조륙운동의 대표적인 증거(한국의 동해안)로 현재 우리나라 동해안(강릉, 정동진 등)에 가보면 과거에 바다 수면이었던 평평한 땅이 계단 모양으로 높이 솟아 있는 '해안단구'를 볼 수 있다. 이것은 한반도 동쪽 땅이 조륙운동에 의해 서서히 위로 솟아올랐기(융기) 때문에 생긴 지형이다.
지리산은 양옆에서 밀어붙이는 거대한 힘에 의해 땅이 찌그러지고 구겨지며 격렬하게 솟아오른 조산운동의 결과물이다. 만약 조륙운동만 일어났다면 지리산처럼 웅장하고 험준한 산맥 대신, 아주 넓고 평평한 고원이나 거대한 평야가 그대로 높아졌을 것이다.
3. 조산운동과 조륙운동의 비교
| 구분 | 조산운동 (造山運動) | 조륙운동 (造陸運動) |
| 한자 뜻 | 뫼 산(山)을 만든다 | 뭍 륙(陸)을 만든다 |
| 힘의 방향 | 수평으로 밀어붙이는 힘 (횡압력) |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힘 (융기/침강) |
| 움직임의 특징 | 좁은 지역에 격렬하게 구겨짐 | 넓은 지역이 서서히, 평평하게 움직임 |
| 만들어지는 지형 | 지리산, 히말라야, 안데스 같은 산맥 | 해안단구, 한반도 전체가 기우는 지형 |
밀양 같은 지형에서는 멀리 산이 지역을 빙 둘러싸고 있는 분지형태인데 이는 밀양이 과거(중생대 백악기)에 격렬한 화산 활동이 일어났던 화산지대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밀양이 산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분지 지형을 이루게 된 것은 과거의 화산 활동과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된 차별 침식(성질이 다른 암석이 각기 다른 속도로 깎이는 현상)이 결합한 결과이다.
4. 산이 만들어지는 각 유형별 원리
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구 내부의 거대한 에너지가 땅껍질(지각)을 움직이는 거대한 드라마와 같다. 산이 만들어지는 방법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부딪히고 구겨져서 솟아오르는 '습곡산맥'(조산운동)
두 개의 거대한 대륙판이 서로 정면충돌할 때 발생하는 힘으로 만들어지는 산이다. 양옆에서 엄청난 힘(횡압력)으로 밀어붙이면, 가운데에 있던 땅이 거대한 주름을 잡으며 하늘 위로 솟구치게 된다.
1)특징: 세계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산맥들이 대부분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2)대표적인 산: 히말라야산맥(인도판과 아시아판의 충돌), 안데스산맥, 알프스산맥
(2)끊어지고 솟아오르는 '단층산산'(지경산)
땅이 양옆에서 잡아당겨 지거나 밀릴 때, 단단한 지각이 구겨지지 못하고 툭 끊어지면서 만들어지는 산이다. 거대한 지각 균열(단층)이 생기면서 한쪽 땅이 뚝 솟아오르거나, 양쪽 땅이 내려앉으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남은 부분이 산이 된다.
1)특징: 한쪽 면은 칼로 자른 듯이 급경사(절벽)를 이루고, 반대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2)대표적인 산: 미국의 시에라네바다산맥, 한국의 태백산맥과 멸악산맥(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경동지형의 원인)
(3)마그마와 화산재가 쌓여 만든 '화산'
땅속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지각의 틈을 뚫고 땅 위로 분출되면서 만들어지는 산이다. 분출된 용암, 화산재, 화산탄 등이 분화구 주변에 겹겹이 쌓이면서 원뿔 모양의 산을 이룬다.
1)특징: 산꼭대기에 분화구(백록담, 칼데라 등)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밀양의 산들처럼 대폭발로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지기도 한다.
2)대표적인 산: 제주도 한라산, 백두산, 일본의 후지산, 울릉도 성인봉
(4)단단한 알맹이만 남고 다 깎인 '침식산'(차별 침식)
원래는 평평한 고원이나 거대한 땅덩어리였는데,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과 강물에 깎이면서(침식) 만들어진 산이다. 암석의 단단함이 부위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른 땅은 쉽게 깎여 나가 골짜기가 되고, 단단한 암석만 깎이지 않고 높게 남아서 산이 된다.
1)특징: 한국의 산들(특히 화강암이나 변성암으로 이루어진 산들) 중 상당수가 조산운동이나 화산 활동으로 뼈대가 생긴 뒤, 오랜 침식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정교한 산세를 갖추게 되었다.
2)대표적인 산: 금정산(화강암 알맹이가 드러남), 북한산, 설악산
(5)지각 변동의 스케일로 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옆에서 밀거나 당기면? ➔ 습곡산맥(히말라야), 단층산(태백산맥)
*밑에서 뚫고 올라오면? ➔ 화산(한라산, 백악기 밀양)
*위에서 비바람이 깎아내리면? ➔ 침식산(금정산)
5. 지각 변동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육지가 형성되는 두 가지 핵심 원리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조금씩 땅을 움직이고 깎아내며 새로운 산을 만들고 있다. 육지가 만들어지는 데는 두 가지 원리가 모두 작동한다. 산이 깎여서 내려온 흙과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육지도 있고, 조륙운동에 의해 바다 밑에 있던 거대한 땅덩어리가 통째로 솟아올라 만들어진 육지도 있다.
(1)산이 깎여서 만들어진 육지(침식과 퇴적)
산이 비바람에 깎여서 육지가 넓어지는 현상은 실제로 지구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1)강줄기를 따라 만들어지는 평야: 높은 산과 계곡이 깎이면서 엄청난 양의 흙, 모래, 자갈이 강물을 타고 아래로 내려온다. 이 물질들이 강의 하류나 바다와 만나는 곳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넓고 평평한 평야(충적평야, 삼각주 등)를 만든다.
⓵한국의 예: 낙동강 하구에 쌓인 김해평야나 한강 하류의 김포평야 같은 곳들이 바로 '산이 침식되어 배달된 흙'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육지이다.
(2)바다 속 땅이 통째로 올라온 육지(조륙운동)
하지만 침식과 퇴적만으로는 지구상의 그 넓은 대륙(육지)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조륙운동(造陸運動)이다. 조륙운동은 지구 내부의 힘에 의해 지속적으로 넓은 땅(대륙 전체나 대륙의 일부)이 통째로 솟아오르거나(융기) 가라앉는(침감) 현상을 말한다.
1)바다 생물 화석이 산꼭대기에서 발견되는 이유: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나 세계 곳곳의 거대한 고원 지대를 가보면, 아주 평평한 지층에서 옛날 바다에 살던 조개나 삼엽충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된다. 산이 깎여서 된 게 아니라, 과거에 완벽한 바다 밑바닥이었던 거대한 땅덩어리가 조륙운동에 의해 평평함을 유지한 채 그대로 수천 미터 위로 솟아올랐다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2)지각 평형설: 대륙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빙하와 같다. 위에 있던 산이 침식되어 깎여 나가 무게가 가벼워지면, 그 대륙판은 부력에 의해 다시 서서히 위로 떠오르게(융기) 된다. 이 역시 조륙운동의 한 종류이다.
(3)육지가 만들어지는 거대한 순환
지구의 육지는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있다.
조산운동과 화산 활동으로 높은 산이 우뚝 솟아난다. 그리고 비바람이 그 산을 사정없이 깎아내려(침식), 흙과 모래를 낮은 곳으로 보낸다. 이 흙들이 쌓여 강 하류와 바닷가에 새로운 평평한 육지(평야)를 넓혀간다.
한편, 조륙운동은 바다 밑바닥에 쌓였던 거대한 퇴적층이나 대륙 자체를 다시 서서히 밀어 올려 새로운 거대한 대륙(육지)을 만든다. 말하자면 "산이 침식되어 만들어진 육지"는 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의 비옥한 평야 지대를 설명하고, "조륙운동"은 지구상에 거대한 대륙 그 자체가 존재하고 유지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6. 밀양의 지질학적 역사와 분지 지형의 형성: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와 용암이 쌓여 거대하게 굳은 산
밀양은 아주 먼 옛날 거대한 화산들이 불을 뿜던 역동적인 화산지대였으며, 그 흉터와 흔적이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씻기면서 오늘날의 아름다운 밀양 분지를 만들어냈다.
(1)약 8,000만 년 전, 격렬했던 화산 활동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후기(약 8,000만~7,000만 년 전), 경상도 지역(경상분지)은 거대한 화산지대이었다. 오늘날 일본이나 환태평양 조산대처럼 땅속의 마그마가 뚫고 나와 격렬하게 분화하던 곳이었다.
1)화산재와 용암의 흔적: 밀양을 둘러싼 산들(재약산, 천황산, 화악산 등)을 이루는 암석 대부분은 당시에 분출된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이나 용암이 굳은 안산암, 유문암 같은 화산암이다.
2)밀양의 명물, 얼음골과 너덜경: 밀양 얼음골이나 산기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돌밭(너덜경 또는 테일러스)도 당시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화산암들이 오랜 시간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부서져 내려 쌓인 것이다.
(2)차별 침식에 의한 분지 형태
"화산 지대였다면 일본의 아소산처럼 분화구가 꺼진 칼데라 형태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밀양의 분지 지형은 조금 다른 원리로 만들어졌다. 바로 암석의 단단함 차이로 인한 침식(차별 침식) 때문이다.
1)주변부(단단한 화산암 산악지대): 밀양을 둘러싸고 있는 외곽 지역은 과거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매우 단단한 화산암(응회암 등)층이다. 이 암석들은 비바람에 잘 깎이지 않고 버텨서 오늘날의 높은 산맥이 되었다.
2)중심부(부드러운 퇴적암 평야지대): 반면, 밀양 중심부는 화산 활동 이전이나 중간에 호수 등에서 모래와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셰일, 사암) 지대이다. 이 퇴적암들은 화산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르고 약해서 비바람과 강물(밀양강)에 쉽게 깎여 나간다.
결국 가운데 무른 땅은 쑥쑥 깎여서 낮고 평평한 평지가 되었고, 주변의 단단한 화산암은 깎이지 않고 높게 남아서 지금처럼 산이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싼 '분지(Basin)' 형태를 이루게 된 것이다.
(3)밀양 주변의 또 다른 화산 흔적들
밀양뿐만 아니라 인근 경남 지역 전반에 화산의 흔적이 가득하다.
1)밀양 만어사 경석: 만어사 앞마당에 펼쳐진 수많은 바위(어산불영) 역시 과거 화산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암석들이 오랜 세월 풍화된 흔적이다.
2)창녕 화왕산: 이름부터 '불의 왕'인 창녕의 화왕산 역시 과거 화산 분출로 형성된 지형이다.
3)광주 무등산 주상절리 / 청송 주왕산: 이 역시 밀양과 같은 시기(백악기)에 한반도 남부에서 일어난 대규모 화산 활동의 결과물들이다.
(4)밀양 지역이 화산활동으로 형성되었지만 현무암 아닌 이유
화산 하면 흔히 제주도나 철원의 검고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에는 현무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그마의 성분(특히 유리의 주성분인 '규산(SiO₂)'의 양)과 굳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암석들이 만들어지는데, 밀양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의 화산 활동은 제주도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1)밀양에서 현무암을 보기 힘든 이유
⓵마그마의 성분이 달랐다.(현무암질 vs 유문암/안산암질)
마그마는 규산($\text{SiO}_2$) 함량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제주도(현무암질 마그마): 규산 함량이 낮아 끈적임이 적고 물처럼 잘 흘러내린다. 이 마그마가 조용히 흘러넘쳐 굳으면 우리가 아는 검은색 현무암이 된다.
*백악기 밀양(안산암질~유문암질 마그마): 반면 당시 밀양 땅속의 마그마는 규산 함량이 높아 매우 끈적끈적했다. 끈적끈적한 마그마는 땅속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스를 머금은 채 압력을 키우다가, 한 번에 쾅! 하고 격렬하게 폭발하는 특징이 있다. 이때 분출된 화산재와 돌가루가 굳은 것이 응회암이고, 끈적끈적한 용암이 굳은 것이 안산암이나 유문암이다. 밀양의 산들은 대부분 이 암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⓶격렬한 폭발이 남긴 흔적 '응회암’
밀양의 화산 활동은 용암이 찰랑찰랑 흐르는 수준이 아니라,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순식간에 주변을 쓸고 내려가는 대폭발이었다. 이때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화산탄(돌덩어리)들이 쌓여 마찰열로 서로 엉겨 붙으면서 단단한 바위가 되었는데, 이를 유설화산암 또는 응회암이라고 부른다. 밀양 재약산이나 천황산의 거대한 암벽들이 바로 이 응회암 덩어리들이다. 밝은 회색이나 옅은 녹색을 띠는 경우가 많아 검은 현무암과는 겉모습부터 완전히 다르다.
⓷구멍이 뚫려있지 않은 이유
현무암의 트레이드마크인 '구멍'은 용암 속의 가스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면서 생긴 흔적이다. 하지만 밀양의 화산암들은 화산재가 거대한 압력으로 짓눌려 굳었거나(응회암), 아주 끈적끈적한 용암이 가스를 품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기 때문에 현무암처럼 송송 뚫린 구멍이 없다. 게다가 8,000만 년이라는 엄청난 세월 동안 땅속에서 압력을 받다 보니 구조가 더욱 치밀하고 단단해졌다.
| 구분 | 백악기 밀양(중생대) | 제주도(신생대) |
| 마그마 성질 | 끈적끈적함(유문암/안산암질) | 물처럼 잘 흐름(현무암질) |
| 분화 스타일 | 쾅! 격렬한 대폭발(화산재 위주) | 찰랑찰랑 조용한 분출(용암 위주) |
| 대표 암석 | 응회암, 안산암, 유문암(밝은 회색/녹색) | 현무암(검은색, 구멍) |
| 돌의 특징 | 구멍이 없고 매우 치밀하며 단단함 | 가스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음 |
말하자면 밀양은 현무암을 만드는 부드러운 화산 활동이 아니라, 엄청난 화산재와 가스를 뿜어내며 폭발했던 거대 화산의 흔적이기 때문에 현무암 대신 훨씬 단단한 응회암과 안산암이 지형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7. 지리산: 20억 년 된 변성암이 조산운동으로 구겨지고 솟구쳐 생긴 산
(1)지리산을 만든 '대보 조산운동'

한반도 역사상 가장 격렬하고 거대했던 조산운동은 중생대 쥬라기(약 1억 8,000만~1억 3,000만 년 전)에 일어난 '대보 조산운동'이다. 대보 조산운동(大寶造山運動)이란 중생대 쥐라기 초기부터 백악기 초기에 이르기까지의 한반도 전역, 특히 남부에서 두드러졌던 대규모 조산 운동으로 그 활동의 전성기는 쥐라기 중엽이다. 강원도 정선군에 분포된 반송층(盤松層:대동층군의 發峯統에 대비됨)이 심한 습곡작용과 고생대층에 의하여 충상(衝上)된 것으로 보아 백악계(경상누층군)가 퇴적되기 전에 '대습곡운동'이 있었다. 그후 평양 부근에서는 대동층군과 더 오랜 암층이 심한 변형을 겪었으나 이들 오랜 지층을 경사부정합으로 덮은 대보통(大寶統:백악기의 지층)은 전혀 변형되지 않았다. 이 대습곡운동을 대보조산운동(1928, 곤노(今野) 명명)이라 했다.
1)지하에서의 변화: 이때 한반도 전역의 땅속 깊은 곳으로 거대한 마그마들이 뚫고 들어왔다. 이 마그마들은 지리산의 뼈대였던 20억 년 된 변성암(편마암) 덩어리를 엄청난 힘으로 밀어 올렸다. 이 힘에 의해 땅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고, 이후 수천만 년 동안 비바람에 깎이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웅장한 지리산(해발 1,915m), 거대한 산맥이 완성되었다.
지리산의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과학 용어가 바로 조산운동인데 지리산처럼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솟구치고 깎이면서 거대한 산맥을 형성하게 된 대규모 지각 변동을 바로 조산운동이라고 부른다.
지리산은 앞서 말한 밀양이나 창녕의 화산들과는 태생부터 완전히 다른 산이다. 지리산은 화산이 폭발해서 만들어진 산이 아니고, 땅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마그마에 의해 구워지고 변성된 후, 오랜 세월 동안 땅 위로 솟구치고(융기), 주변이 깎여 나가면서(침식) 만들어진 ‘거대한 변성암 덩어리’이다.
말하자면 밀양의 산들은 화산이 폭발해서 화산재와 용암이 쌓여 만들어진 산(화산 활동)이고, 지리산은 땅속 깊은 곳의 단단한 암석 덩어리가 조산운동으로 인해 통째로 솟아올라 만들어진 산(조산운동 및 융기)이다.
(2)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20억 년)
밀양의 화산암들이 약 8,000만 년 전에 태어난 '젊은(?) 바위'라면, 지리산의 주축을 이루는 암석은 무려 19억~20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구의 나이가 약 45억 년이니, 지구 역사의 절반 가까이를 살아온 엄청난 할아버지 바위인 셈이다.
1)지리산 변성암(편마암): 아주 먼 옛날, 바다나 호수 바닥에 쌓여 있던 퇴적물이 땅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엄청난 열과 압력을 받으면서 성질이 변했는데, 이를 변성암(특히 편마암)이라고 부른다. 지리산 천왕봉, 반야봉 등 주요 봉우리와 능선은 대부분 이 단단한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2)땅속의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솟구치다(융기)
땅속 깊은 곳에 있던 이 거대한 변성암 덩어리가 어떻게 해발 1,915m(천왕봉)의 높은 산이 되었냐면 바로 땅이 솟아오르는 힘(융기) 때문이다. 약 1억 년 전(중생대), 한반도 지하 깊은 곳으로 거대한 마그마가 뚫고 들어오면서 주변 땅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이때 지리산의 뼈대가 되는 변성암 덩어리도 거대한 지각 변동의 힘을 받아 서서히, 하지만 강력하게 하늘을 향해 솟구쳐 융기하였다.
3)부드러운 흙과 돌은 깎여 나가고, 뼈대만 남다.(침식)
땅이 솟아오른 후, 수천만 년 동안 비바람과 강물에 깎이는 과정(침식)을 거치게 된다. 지리산 주변을 덮고 있던 덜 단단한 암석들은 오랜 세월 동안 다 깎여서 씻겨 내려갔다. 하지만 열과 압력을 받아 극도로 단단해진 지리산의 편마암 덩어리는 끝까지 버텨냈다. 주변은 깎여서 낮아지는데 지리산 중심부는 깎이지 않고 높게 남으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웅장하고 깊은 산세의 지리산이 완성된 것이다.
8. 밀양의 산과 지리산
| 구분 | 밀양의 산들(재약산 등) | 지리산(천왕봉 등) |
| 탄생 원인 | 화산 폭발(화산재와 용암이 쌓임) | 지각 융기 및 침식(땅이 솟아오르고 깎임) |
| 주요 암석 | 응회암, 안산암(화산암) | 편마암(변성암) |
| 암석의 나이 | 약 8,000만 년 전(중생대) | 약 20억 년 전(선캄브리아대) |
| 산세의 특징 | 경사가 급하고 칼로 자른 듯한 암벽이 많음 | 흙이 깊고 산세가 웅장하며 완만함(육산) |
흔히 지리산을 뼈가 드러난 바위산(骨山)이 아니라 흙이 두껍게 덮인 '어머니의 산(肉山)'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오랜 세월 풍화를 견뎌낸 20억 년 된 변성암의 특성 때문이다.
9. 금정산의 생성: 땅속에서 서서히 식은 화강암 덩어리가 솟아오른 뒤, 주변이 깎여 나가 뼈대만 남은 산
부산의 명산인 금정산은 지리산과 같은 전형적인 조산운동(습곡이나 대륙 충돌로 땅이 찌그러지며 솟구친 운동)보다는, 화산 활동과 연관된 마그마의 관입(땅속으로 뚫고 들어옴)과 이후에 일어난 융기 및 차별 침식에 의해 형성된 산이다. 태생을 따지자면 지리산보다는 밀양의 산들과 같은 시기(중생대 백악기, 약 7,000만~8,000만 년 전)의 패밀리에 가깝다. 금정산의 독특한 탄생 과정을 3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땅속 10km 아래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다.(관입)
공룡이 살던 백악기 후기, 금정산 일대는 격렬한 화산 활동이 일어나던 지역이었다. 이때 땅 위로 분출된 화산재는 응회암이 되었지만(금정산 북쪽 장군봉 일대에 흔적이 남아있다), 분출하지 못하고 지하 약 10km 깊은 땅속에 갇힌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가 되었다.
이 마그마가 땅속의 높은 압력을 받으며 수천, 수만 년 동안 아주 서서히 식으면서 단단한 바위가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화강암(불국사 화강암류)이다. 금정산의 뼈대는 바로 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이다.
(2)덮고 있던 흙과 돌이 깎여나가며 화강암이 드러나다.(융기 및 침식)
땅속 깊은 곳에 있던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지금처럼 해발 801m(고당봉)의 산이 되었다.
1)지각 융기: 오랜 세월 동안 한반도 전체가 서서히 밀려 올라오는 융기 운동이 일어났다.
2)차별 침식: 화강암 위에 쌓여 있던 무른 퇴적암이나 부드러운 흙들이 수천만 년 동안 비바람에 먼저 깎여 나갔다. 결국 가장 마지막까지 버틴 단단한 화강암 알맹이만 뚝심 있게 지표면 위로 덩그러니 드러나게 되었다.
3)빙하기를 거치며 기암괴석으로 변신(토르의 형성)
지표면에 드러난 금정산의 화강암은 땅속에서 받던 엄청난 압력이 사라지자 부피가 부풀어 오르면서 가로세로로 틈(절리)이 생기게 되었다. 과거 빙하기와 온난기를 거치면서 이 틈 사이로 스며든 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고, 바위가 깨지고 깎여 나갔다. 그 결과 금정산 고당봉이나 능선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모양의 거대한 바위 탑인 '토르(Tor)'와 기암괴석들이 만들어졌다. 금정산성의 아름다운 성곽길을 따라 펼쳐진 바위들이 바로 이 풍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금정산은 순수한 조산운동보다는 '백악기 마그마 관입 ➔ 융기 ➔ 차별 침식'이라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 태어난 화강암 예술품이라고 볼 수 있다.
10. 가지산은 금정산과 '백악기 마그마 패밀리'
(1)두 산의 뼈대는 만들어진 시기와 원리가 똑같다.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약 7,000만~8,000만 년 전), 땅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가 뚫고 들어와(관입) 서서히 식으면서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되었다.
1)가지산: 정상부의 유명한 쌀바위, 귀바위 같은 거대한 암릉과 시례호박소 계곡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과 화산암(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2)금정산: 지하 깊은 곳에서 식은 화강암이 주축이다.
(2)조륙운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 '차별 침식'
과거 바다 밑바닥이 평평하게 들려 올라온 그랜드 캐니언 같은 지형은 순수한 '조륙운동(융기)'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지산과 금정산은 단순히 땅이 평평하게 위로 오르내린 조륙운동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게 기울어지며 솟아오른 거대한 지각 변동(경동성 요곡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뾰족뾰족하고 웅장한 봉우리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차별 침식' 때문이다. 마그마가 굳어 생긴 단단한 화강암 / 화산암 덩어리 위를 무른 흙과 퇴적암들이 덮고 있었다. 땅이 솟아오른 후 수천만 년 동안 비바람이 몰아치자, 주변의 약한 땅은 다 깎여서 골짜기가 되고 강물로 씻겨 내려갔다. 가장 단단해서 끝까지 버틴 화강암의 중심 뼈대만 우뚝 남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가지산(해발 1,241m)과 금정산(해발 801m)이다.
가지산과 금정산의 탄생은 넓은 대륙이 오르내리는 전형적인 조륙운동이라기보다는, '땅속 마그마의 관입 ➔ 한반도 전체의 거대한 융기 ➔ 수천만 년 동안의 사정없는 차별 침식'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두 산의 맥이 이어져 있는 만큼 지질학적 고향과 형성 과정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대지 전체가 들어 올려진 힘(융기)을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비바람이라는 대자연의 조각가가 무른 곳을 깎아내 거대한 바위산으로 빚어낸 작품들이다.
1)가지산(형님 산): 한반도가 동쪽으로 치우쳐 솟아오를 때(경동성 요곡운동), 가지산 쪽이 금정산보다 더 높이 솟구쳐 올랐다. 게다가 마그마가 관입할 때 주변에 있던 단단한 화산암(응회암 등)들이 화강암과 함께 얽히면서, 비바람에 훨씬 더 잘 버티는 웅장하고 높은 산새(해발 1,241m)를 가지게 되었다.
2)금정산(동생 산): 가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높이 솟아올랐고(해발 801m), 주변을 덮고 있던 무른 흙과 돌들이 비바람에 더 많이 깎여 나갔다. 그 결과, 땅속에 있던 화강암 알맹이가 아주 정직하게 드러나면서 지금처럼 아기자기한 기암괴석과 바위 탑(토르)들이 도드라지는 산이 되었다.
11. 가지산과 밀양의 여러 산들과는 생성원리도 다르고 지맥도 다른데 밀양의 여러 산들의 조산(祖山)'이라고 쓰는 이유
가지산이나 금정산이나 생성원리가 같아서 낙동정맥이라는 하나의 지맥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가지산과 밀양의 여러 산들은 "태생(생성 원리)도 다르고, 계보(지맥)도 다른데 왜 한 집안의 할아버지(조산)라고 부르느냐"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한 논리이다. 그러나 가지산을 밀양의 여러 산들의 '조산(祖山)'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과학적 분석이 아닌, 조선 시대의 전통 지리관인 '산경표(산줄기 인식)'와 '풍수지리'의 관점 때문이다.
(1)전통 지리관: 물을 건너지 않는 '지맥의 연결성'
조선 시대 우리 선조들은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았고, 산줄기를 피가 흐르는 '혈맥'으로 생각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산자분수령)"이었다.
1)낙동정맥의 맹주: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낙동정맥의 거대한 줄기가 내려오다가 영남 지역에서 가장 높고 웅장하게 솟구친 봉우리가 바로 가지산(해발 1,241m)이다.
2)가지산에서 뻗어 나온 맥: 이 가지산에서 맥이 서쪽과 남쪽으로 뻗어 나가며 운문산, 천황산, 재약산 등으로 이어진다. 선조들의 눈에는 이 산들이 물줄기에 끊이지 않고 가지산이라는 거대한 뿌리(할아버지)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계보상 가장 어른이라는 뜻으로 '조산(祖山)'이라 불렀다.
(2)풍수지리적 관점: 기운이 출발하는 곳
풍수지리에서는 마을이나 도시(고을)를 감싸고 있는 명당을 찾을 때, 그 기운이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를 추적한다. 이때 고을을 직접 둘러싸고 있는 산을 '주산(主山)'이라 하고, 그 주산에 기운을 대어준 더 높고 거대한 뿌리 산을 '조산(祖山)'이라고 한다.
밀양 시내와 주변분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주변의 화산암 산들(천황산, 재약산 등)은 밀양의 주산이 된다. 그리고 이 산들에 거대한 기운을 공급해 주는 가장 높고 웅장한 뒷산이 바로 가지산이므로, 풍수학적으로 밀양을 먹여 살리는 기운의 할아버지 산(조산)으로 떠받든 것이다.
(3)과학(지질학)과 전통(풍수지리)의 차이
지질학적 사실과 전통 지리가 부딪히는 지점의 비교
1)현대 지질학: "암석의 종류와 만들어진 원리가 다르다. 밀양의 산들은 화산재가 쌓인 응회암이고, 가지산은 땅속에서 식은 화강암이니 서로 남남이다."(과학적 사실)라고 본다.
2)전통 풍수지리(조선 시대의 시선): "암석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산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으며, 가장 높은 가지산의 기운이 밀양의 산들로 흘러 들어갔으니 가지산이 할아버지다."(인문학적/경험적 인식)라고 본다.
그러므로 가지산을 밀양 산들의 '조산(祖山)'이라 부르는 것은 과학적인 생성 원리가 같아서가 아니라, "산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으며, 그 줄기 중 가장 높고 웅장하여 밀양 땅에 지기(地氣)를 전해주는 뿌리가 된다"는 전통적·풍수지리적 예우에서 비롯된 호칭이다.
*영남알프스 가지산 산행 코스 소개
12. 봉정산
경북도 의성 다인면의 봉정산 높은 곳(약 해발 300m 부근)에서 발견되는 조개껍데기 화석은 조산운동보다는 '조륙운동'과 '퇴적 작용'이 함께 이루어졌다. 특히 이 조개껍데기는 '바다조개'가 아니라 '민물조개'이다,
(1)1억 년 전, 의성은 거대한 '호수'였다.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약 1억 년 전), 경북 의성을 포함한 영남 지역 전체는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호수(지질학 용어로 '경상호수')였다. 당시 이 호수 주변에는 공룡들이 걸어 다녔고(의성 제오리 공룡 발자국이 유명한 근거이다), 호수 깊은 바닥에는 모래와 진흙이 쌓이고 있다. 이때 호수에 살던 민물조개(선사시대 말조개 종류)들이 죽어서 호수 바닥에 파묻혔고, 오랜 세월이 흘러 단단한 퇴적암(셰일, 사암) 화석층이 되었다.
(2)조륙운동의 결과
이 호수 바닥에 있던 조개 화석이 산꼭대기까지 올라오게 된 과정은 조륙운동의 성격에 훨씬 더 가깝다.
⓵조산운동이 아닌 이유: 만약 웅장한 대륙끼리 쾅 부딪히는 '조산운동'의 힘을 받았다면, 의성 지역의 지층들은 심하게 구겨지고(습곡), 찢어지고(단층), 엄청난 열을 받아 화석이 다 타버리거나 형태가 찌그러졌을 것이다.
⓶조륙운동에 가까운 이유: 하지만 의성 봉정산의 지층들은 마치 시루떡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처럼 아주 평평하고 차분하게 누워 있다. 과거 호수 바닥이었던 거대한 땅덩어리가 구겨지지 않고 평평함을 유지한 채 서서히 위로 솟아오른(융기) '조륙운동'의 힘을 받았기 때문에 1억 년 전 조개 모양이 깨지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된 채 산 위로 배달될 수 있었던 것이다.
(3)마지막 비바람의 침식
땅이 서서히 솟아오른 후, 수천만 년 동안 비바람이 치면서 호수 퇴적암의 겉 부분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주변의 무른 흙과 돌들이 다 깎여 나가는 과정에서, 단단하게 굳은 조개 화석층이 지표면 밖으로 툭 드러나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봉정산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조개 화석'이 된 것이다. 의성 봉정산의 조개껍데기는 대륙이 부딪쳐 산맥을 만든 조산운동의 결과물이 아니다. 1억 년 전 거대한 호수 바닥에 쌓였던 조개 무덤층이, 조륙운동에 의해 깨지지 않고 평평하게 솟아오른 뒤, 비바람에 깎여 드러난 대자연의 타임캡슐이다.
13. 경상분지(호수)
이 지역은 호수였던 시기와 격렬한 화산 활동이 일어났던 시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처음에는 아주 넓고 평화로운 호수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호수 주변과 바닥이 거대한 화산대로 변했다.
(1)경상분지(경상호수)의 변화
1)1단계: 평화로운 공룡들의 낙원, '경상호수'(약 1억 4,000만 ~ 1억 년 전)
이 시기에는 영남 지역 전체가 거대한 민물 호수였다. 호수 주변으로 물이 잔잔하게 흐르면서 진흙과 모래가 차곡차곡 쌓였다. 이때 호수 주변을 걸어 다니던 공룡들이 발자국을 남겼고(의성 제오리 공룡 발자국), 호수 바닥에 살던 조개들이 파묻혀 화석(의성 봉정산 조개 화석)이 되었다. 이 당시에는 화산 활동이 없거나 아주 소규모였다.
2)2단계: 호수 바닥과 주변이 불타오르다.(약 9,000만 ~ 7,000만 년 전)
시간이 흐르면서 한반도 아래의 지각 판(이자나기 판)이 아시아 대륙 밑으로 강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땅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마그마들이 만들어졌고, 평화롭던 호수 지역이 거대한 화산대로 돌변했다.
⓵호수 속의 화산 폭발: 호수 바닥을 뚫고 마그마와 화산재가 폭발했다. 뜨거운 마그마가 호수의 물과 만나면서 격렬한 수증기 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때 분출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호수 물속에 그대로 가라앉아 쌓였는데, 이것이 바로 응회암 층이 되었다.
⓶밀양과 의성의 변신: 이 시기에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밀양의 산들을 이루는 화산암들이 쌓였고, 의성 금성산 같은 곳에는 거대한 화산 분화구가 무너져 내린 흔적(칼데라)이 만들어졌다.
3)3단계: 화산재가 호수를 채우고 땅이 솟아오르다.(약 7,000만 년 전 이후)
격렬한 화산 활동이 계속되면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와 용암이 기존의 호수를 완전히 메워버렸다. 이후 한반도 지각이 전체적으로 솟아오르는 융기(조륙운동 등)를 겪으면서 물은 다 빠져나가고 단단한 육지가 되었다. 그래서 의성과 밀양의 땅은 '시루떡'과 같다. 의성 봉정산이나 밀양의 지층을 파고 내려가 보면 마치 시루떡처럼 시간의 흔적이 층층이 쌓여 있다.
⓵아래층(과거): 평화로운 호수 시절에 쌓인 퇴적암(민물조개 화석, 공룡 발자국 존재)
⓶위층 (현재의 산봉우리): 호수 말기에 터져 나온 격렬한 화산암과 응회암(밀양의 산들, 의성 금성산 등)
곧 '경상호수'라는 거대한 물그릇 속에서 공룡과 조개가 먼저 살았고, 그 후에 그 그릇을 뚫고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한 지역에서 '민물조개 화석'과 '단단한 화산암 바위'를 동시에 만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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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같은 화산지대이지만 산의 모습이 다른 이유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산이 한라산처럼 완만하고 넓은 모양(아스피테, 순상화산)이 되기도 하고, 밀양의 산들처럼 험준하고 단단한 암벽이 되기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딱 하나, 바로 마그마의 '성질(화학 성분)' 때문이다. 쉽게 말해 땅속에서 올라온 요리 재료(마그마)가 '물처럼 흐르는 국물'이었느냐, 아니면 '끈적끈적한 밀가루 반죽'이었느냐에 따라 화산의 모양과 터지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1)한라산(아스피테): 물처럼 흘러내려 만든 평평한 지형한라산이나 제주도의 지형을 아스피테(Aspite, 순상화산)라고 부른다. 방패를 엎어놓은 것처럼 경사가 아주 완만하고 넓게 퍼진 모양을 뜻한다.
1)마그마의 성질: 제주도 아래의 마그마는 규산($\text{SiO}_2$) 함량이 적은 현무암질 마그마였다. 이 마그마는 기름이나 물처럼 끈적임(점성)이 아주 낮고 유동성이 좋다.
2)형성 과정: 마그마가 분출할 때 가스가 풋풋 가볍게 빠져나가므로 쾅 부서지는 폭발 대신 조용히 찰랑거리며 흘러넘친다. 묽은 용암이 사방으로 멀리멀리 흘러가서 얇고 넓게 겹겹이 쌓이다 보니, 키는 낮고 옆으로 넓은 완만한 방패 모양의 산(한라산)이 만들어진 것이다.
(2)밀양의 산들: 끈적한 마그마가 만든 폭발의 흔적반면 밀양, 의성, 청송 등 경상도 지역의 산들을 이룬 화산 활동은 전혀 딴판이었다.
1)마그마의 성질: 당시 이 지역 땅속에 있던 마그마는 규산 함량이 매우 높은 안산암질 ~ 유문암질 마그마였다. 엿가락이나 끈적끈적한 밀가루 반죽처럼 점성이 극도로 높았다.
2)형성 과정: 마그마가 끈적끈적하다 보니 땅 밖으로 부드럽게 흐르지 못하고 지하 입구를 꽉 막아버린다. 그러면 땅속의 화산 가스 압력이 한계까지 차오르다가, 결국 엄청난 굉음과 함께 쾅! 하고 대폭발(종상화산 또는 격렬한 칼데라 분화)을 일으킨다. 이때 용암이 흐르기보다는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돌가루, 가스가 뒤섞인 거대한 구름(화쇄류)이 주변을 순식간에 덮쳤고, 이 뜨거운 화산재들이 스스로의 열과 압력으로 짓눌려 굳어지면서 단단한 응회암 산맥이 되었다.
(3)마그마가 만들어진 장소(지각 변동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어디는 묽은 마그마가 되고, 어디는 끈적끈적한 마그마가 된다.
1)한라산(제주도): 대륙판 한가운데의 얇아진 틈을 타서, 지구 깊숙한 곳(맨틀)에 있던 깨끗하고 순수한 마그마가 곧바로 뿜어져 올라왔다. 그래서 맨틀 성분 그대로인 묽은 현무암질 마그마가 주를 이룬다.
2)백악기 밀양(경상도): 바다 쪽 판(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파고들면서, 대륙 지각의 암석들을 함께 녹여가며 마그마가 만들어졌다. 대륙 지각에 많이 포함된 규산($\text{SiO}_2$) 성분이 마그마에 대량으로 섞이면서 아주 끈적끈적한 칵테일 마그마가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라산(아스피테): 묽은 마그마가 부드럽게 멀리 흘러가서 만든 '조용한 용암의 평원'
'밀양의 산들: 끈적한 마그마가 갇혀 있다가 쾅 터지면서 쏟아져 나온 '격렬한 화산재의 무덤'
'똑같은 화산 활동이지만 마그마가 머금은 성질과 태생의 차이가 수천만 년이 지난 지금, 한라산의 부드러운 능선과 밀양의 웅장한 암벽이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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