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7. 15:41ㆍ寄稿
2004년 4월 25일 일요일 오전 10시에 KBS 1TV에서 방송한 ‘퀴즈 대한민국’을 보았습니다. 프로그램 초반부터 사회자, 출연자 모두가 어색하게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TV를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신영일 사회자와 남자 출연자의 대화에서 “교생실습~”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국어사전에 교생은 <교ː생(敎生)[명사]=교육실습생의 준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교생실습은 교육실습생실습이란 아주 어색한 말이 되어 버립니다. 실은 교생을 실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실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교육실습생 실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실습을 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물론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도하 각 일간지, 교육현장은 물론 국민의 방송이라 자부하는 KBS에서마저 이런 교생실습이란 틀린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면 큰일이라 생각합니다. 잘못된 용어를 바른 것인 양 알고 있는 대중에게 이 말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틀린 용어가 더욱 확산되기 전에 모두 삼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방송에서 말입니다.
나아가서 한 여자 출연자는 신영일 사회자와의 대화에서 “우연찮게 신청해서~”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 “우연찮게”란 표현은 “우연치 않게”의 준말로 부정표현의 단어와 호응하는 “신청해서”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역시 어색한 말이 되었습니다. 즉 이 말은 단어의 의미에 주목하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부정표현을 구사하여 의미상 충돌을 일으킨 결과 “필연적으로 신청해서~”라는 의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의미와는 상반된 표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것은 사회자가 그때마다 기술적으로 지적해 주면 다른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용어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방송의 교사적기능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사회자가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면 우리나라 방송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한편 2004년 4월 24일 토요일 오후 8시에 KBS 1TV에서 방송한 KBS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지식인의 초상 2편 -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기획의도는 아마도 “폐쇄적인 한국의 교수사회는 더 이상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 최고의 지식인인 교수가 기대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교수들의 자기반성과 사회적 비판이 필요함을 강조한다.”인 것 같은데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는 대한민국의 교수집단을 전체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메시지와 함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면서도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프로그램의 논리를 강화하는 아이러니를 보여 시청자에게 상당한 혼란을 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교수집단이란 부도덕한 집단이란 생각을 한 것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향후에도 그러한 부도덕한 집단의 일원인 교수들을 인터뷰에 동원해서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는 수단인 소견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끝으로 2004년 4월 25일 일요일 오후 8시에 KBS 1TV에서 방송한 일요스페셜 ‘탄핵충돌, 민주주의의 조건’에서 국민의 반탄의 정서가 선거에 반영되어 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것은 분명히 찬탄이냐 반탄이냐를 묻는 국민투표가 아니었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일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국민의 반탄정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에는 국민정서가 반영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헌법재판소 판결에 영향을 미칠 내용을 공영방송으로서 균형감 없이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고 생각하고 특히 프로그램 말미에 여당의원의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막가파식 행동~”이란 언급 뒤에 야당지도자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점은 그 편집의도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한 이 프로그램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막가파식 행동~”이란 말과 그들의 초상을 오버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을까요?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그자체가 국회의 권한을 뛰어 넘은 불법이었냐 하면 그것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이 프로그램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대한 판결을 한 연후에 방송했더라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누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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