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8. 20:00ㆍ文化
올해로 쉰 살 스머프
1958년 벨기에 만화가, 조연(엑스트라) 캐릭터로 그렸다가 인기 오르자 주인공 발탁, 1980년 미국에서 만화영화로 제작
잘난 척하는 똘똘이(Brainy)도, 거울만 보는 허영이(Vanity)도,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투덜이(Grouchy)도 어느덧 쉰 살이다.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Smurf)'가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이 파란 생물들은 어떻게 50년 동안이나 세계의 만화 팬을 사로잡아온 것일까.
◆ 스머프가 태어나기까지
1958년 '페요'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벨기에의 만화가 피에르 컬리포드(Pierre Culiford aka Peyo· 1928~1992)는 '요한과 피위'라는 이름의 연재만화에 새로운 조연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사과 세 개를 쌓아 올려놓은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키에 피부는 파랗고, 사람을 닮았지만 늘 하얀 옷만 입는 독특한 생물체였다. 페요는 이 녀석들을 어디까지나 '엑스트라'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주인공보다 이 파란 꼬마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작고 사랑스럽고 그러면서도 성격이 분명한 파란 꼬마들이 웃고 울고 싸우는 모습을 두고 벨기에 사람들은 "놀랍고 흥미로운 미니어처의 세계"라고 환호했다. 결국 페요는 이듬해인 1959년에 이 파란 난쟁이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새로운 만화를 내놓았다. 이름은 '슈트롬프(Schtrompf)'였다.
친구 앙드레 프랭퀸과 점심을 먹던 도중 페요가 "소금 좀 밀어줘"라고 말하려던 것을 '소금(salt)'대신 '슈트롬프'라고 잘못 말해버렸는데, 이 기괴한 단어가 결국 '개구쟁이 스머프'의 원이름이 됐다는 후문이다. 잡지 '스피로(Le Journal Spirou)'에 실리기 시작한 만화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1980년 미국 한나 바바라 프로덕션에서 '스머프(Smurfs)'라는 이름의 만화 영화로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그 유명한 "랄랄라랄랄라 랄랄랄라라~"로 이어지는 만화주제가를 작곡한 사람은 미셸 르그랑(Legrand).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주제가를 만든 사람이다.
▲ 스머프 캐릭터를 만든 만화가 피에르컬리포드의 미망인 나인컬리포드가 스머프 인형을 들고 웃고 있다. /로이터
◆ 스머프는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았나
'개구쟁이 스머프'의 이야기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스머프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녀석들은 함께 놀고 뒹굴고 나무타기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는 건 마법사 가가멜(Gargamel)과 그의 고양이 아즈라엘(Azrael)이 쳐들어올 때뿐이다. 이 단순하지만 대담하고, 역동적이지만 한가로운 이야기 구조는 오히려 읽는 이들로 하여금 명쾌하고 산뜻한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캐릭터의 생명력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스머프가 사랑을 받는 이유를 두고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원형(原型·archetype)'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귀엽게 보여준다.' 게으른 졸음이(Lazy), 욕심 많은 욕심이(Greedy), 잘난 척하는 똘똘이(Brainy)…. 이 각각의 캐릭터가 우리가 흔히 만나는 옆집 이웃의 모습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두고두고 스머프를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머프들의 깜찍한 모습과 의상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는 옷이라고는 꼬리에 단추가 달린 하얀 바지와 동글동글한 하얀 모자뿐이지만, 각각의 개성에 따라 나름대로 액세서리를 갖추고 있다. 가령, '허영이'는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고, 발명왕 '편리'는 혼자 작업복을 입고 연필을 꽂고 다닌다.
스머프들만의 독특한 언어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이 꼬마들은 '그들만의 언어체계'로 애매한 어법을 구사하는데, "우리는 오늘 스머프 강으로 스머핑을 하러 갈 거야" "오늘은 스머프 딸기를 먹어야 하니까 스머프답게 굴자"라고 말하는 식이다. 무슨 뜻인지 시청자가 상상의 날개를 펴게 만드는 '중의법'을 구사하면서, 스머프는 복잡하고 신비로운 만화로 거듭났다.
◆ 스머프는 계속된다
스머프를 둘러싼 '소문'도 많았다. 스머프의 이름이 알고 보면 '붉은 아버지 밑의 공산주의자들(Socialist Men Under Red Father)'의 약자라는 말도 있고, 파파 스머프는 칼 마르크스를 표현한 모습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스머프의 판권을 관리하는 벨기에 IMPS 그룹은 올해 중으로 '스머프'를 3D CGI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샬롯의 거미줄' 프로듀서 조던 커너가 총 3부작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입력 : 2008.01.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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