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 12:57ㆍ人間
미국(美國), “이젠 결혼이 계급이다”
《상당수 미국인은 결혼과 자녀양육을 별개로 생각한다. 이혼율이 40%에 근접하고 아이들의 3분의 1이 ‘싱글 맘’에게서 태어난다. 편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의 비율이 지난 40년 동안 3배나 늘었다. “아이들을 봐서라도 이혼은 안 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미국식 결혼문화에서 ‘결혼한 자본가’와 ‘독신 프롤레타리아’라는 새로운 계급 간 격차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는 흑백 인종 간 격차보다 더 심각해 미국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케이 하이머위츠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3일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강의에서 결혼에 따른 빈부 격차와 그 대물림 현상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말 출간된 ‘미국의 결혼과 계급(Marriage and Caste in America)’의 저자이기도 하다.
50년 전만 해도 결혼 문제에서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주로 저학력자의 이혼율이 늘면서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대졸 여성의 이혼율은 줄어든 반면 고졸 이하 여성의 이혼율은 두 배로 늘었다.
◇ 싱글맘 자녀 36%가 빈곤
그 결과 2000년 대졸 학력의 싱글 맘은 10%에 그친 반면 고졸 이하의 싱글 맘은 36%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같은 편부모 가정의 증가가 주로 흑인들과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편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가난을 면치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싱글 맘 자녀의 36%가 빈곤 상태인 반면 양친이 있는 자녀는 6%만이 빈곤 상태에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결혼을 해서 부부관계를 유지한 사람과 아예 결혼하지 않거나 이혼한 사람 간의 10년 뒤 평균 순자산 축적을 비교해 보면 4배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나아가 빈곤층 편부모 가정의 자녀는 낙제, 일탈, 범죄, 임신 등 온갖 사회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로 인해 가난한 편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보수가 적고 지위가 낮은 직장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며 그들도 나중에 편부모가 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이머위츠 연구원은 이런 ‘결혼 격차’ 때문에 미국 사회가 갈수록 불평등이 넘쳐나는 국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이 왜 이런 차이를 만들까. 그가 제시하는 답은 간단하다. 양친 부모는 두 배의 수익에다 두 배의 관심, 그리고 자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두 배의 지혜로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편부모가정 가난 물림 심각
하이머위츠 연구원은 결혼 격차의 근원에 미국식 결혼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은 보편적 제도로서 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의미하지만, 미국인들은 그저 결혼을 성인이 되어 누리는 행복으로만 여길 뿐 아이 문제는 별개로 생각한다는 것.
◇ “결혼엔 책임도 따라” 경고
그는 “미국인들은 1960년대 이래 결혼제도의 가장 근본적 사명, 즉 부모로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책무를 역사의 휴지통에 내던져 버렸다”고 분석했다.
그의 경고는 이어진다. “이혼율과 혼외출산율이 계속 증가해 온 지난 수십 년을 결혼제도의 해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테스트한 급진적 실험 기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결과는 공평과 평등, 기회, 번영이라는 미국적 가치의 상실로 나타났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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