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남편을 아들이라 우기지 말라!

2009. 12. 2. 13:00人間

한때 뽀빠이와 함께 아이들 성장을 돕는 건강영양식의 대표 주자였던 시금치. 그 '시'금치도 예전엔 미처 몰랐을 거다. 자신이 오늘날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을 첨예하게 상징하는 기피식품이 되리라고는. 시부모와 며느리, 정말 가족 갈등의 오랜, 그리고 끝나지 않는 테마다.

못된 시어머니와 당하는 며느리? 아니다. 외면하는 며느리에 속 태우는 시어머니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고 하면 지나친 일반화가 될까. 두 달쯤 전인가, 한 출판사 여사장님이 요즘 유행이라는 '3대 미친 여자' 얘기를 해주셨다.

첫째, 며느리를 딸이라고 우기는 여자. 둘째, 사위를 아들이라고 우기는 여자. "마지막이 뭔지 알아요? 내 며느리와 결혼한 남자를 아직도 자기 아들이라고 착각하는 여자래"(그 사장님, 아들만 둘 뒀다). 이 얘기를 들려주면 여성들은 하나같이 포복절도한다. 자신의 처지가 시어머니든 며느리든 상관없다. 공감의 웃음이다.

언제부턴가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가 역전됐다는 푸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며느리에 대한 '짝사랑'을 호소하는 시어머니도 적지 않다.

회사 다니느라 바쁠 며느리를 생각해 한 아름 해다 안긴 반찬을 쉬어 빠지도록 내버려뒀다며 서운해 하는 시어머니, 행여 귀한 손자 놀러왔다 아토피라도 생길까봐 수년간 키우던 고양이를 내보낸 뒤 눈물짓는 시어머니, 홀로 사는 처지를 부담스레 여길까봐 "병 걸려 드러눕기 전엔 너희(아들 내외)하고 같이 안 산다."고 지레 쐐기를 박는 시어머니….

노년기의 외로움이 손자, 손녀 문제와 얽히면서 이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이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비단 남녀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법칙은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반대의 경우를 보기란 참 드물기 때문이다.

"어휴, 우리 시부모님 때문에 짜증 나 죽겠어, 말이 안 통해"라는 불평은 허다해도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시부모님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시네요."라는 하소연은 드물다.

변화한 세상은 한국의 시어머니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요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위 유머의 셋째 항목 아닐까. 며느리와 결혼한 남자를 내 아들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금과옥조처럼 지키지 않으면 마음의 생채기가 가실 날 없고, 집안의 평화는 요원할 뿐이다.

"두고 봐, 둘째 며느리 들어오면 보란 듯 편애할 거야." 열 번 스무 번을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 며느리에 심신이 피폐해졌다는 한 나무꾼 시어머니의 넋두리다.

결국, 잠정적 해결책은 '시어머니여, 마음을 비워라'로 모이는 듯싶다. 어째 '마음 비우기'의 초절정 고수들이나 가능한 얘기 아닐까 싶어 마음 한구석이 좀 짠해지는 건 내가 시집살이를 호되게 해보지 않아서일까. 중앙일보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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