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 19:52ㆍ生活
결혼 생활은 야생의 남자를 가정용으로 길들이는 과정이다. 치약을 중간부터 꾹꾹 짜거나 아무 데나 뒤집힌 양말을 휙휙 던져놓던 막가파 신랑은 고막에 딱지 앉을 만큼의 잔소리 세월이 지나면 제 집 좌변기에 규수처럼 앉아 소변을 보는 양순한 남편으로 진화(혹은 퇴행)한다. 매에는 장사 없고 바가지에 변하지 않을 남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개선되지 않는 남자의 속성이 있다. 바로 개념상실 증후군, 즉 생각 없이 행동하기다.
처가 나들이 길에 장모가 바리바리 싸준 김치와 밑반찬을 트렁크에 싣는 남편. 그러나 출발 전 확인해보면 손 한 번을 꼭 더 가게 해놓는다. 김칫국물 새지 않게 꼭꼭 맞춰 짐들을 정리해주면 좀 좋았을까? 마지못해 해놓은 듯 손에 잡히는 대로 구겨 쑤셔 넣은 것이 칠칠맞지 않기가 칠갑산을 찌른다. 그걸 보는 아내의 분통도 하늘을 찌른다.
일요일 모처럼의 쇼핑, 백화점 승강기는 늘 만원이다. 내리는 층에서 자기 몸만 쏙 빠져나가는 남편. 유모차에 태운 작은아이, 이제 갓 걸음마 뗀 큰아이는 어쩌라고? 공공장소에서 인상 쓰는 여자는 교양 없어 보인다는 것을 알지만 순간순간 보여주는 다 큰 남자의 생각 없는 행동에 오만상이 저절로 찡그러진다.
분리수거 하는 날, 현관 앞에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는 출근하는 남편을 보고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그러나 말 안 하면 자기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듯, 현관문 열고 사라지는 남편. 뿐인가? 아이 교복 빨아서 목욕탕에 말려놨더니 샤워한다고 온통 물질범벅을 해놓는 것부터 소파 위에 있는 남의 옷 깔고 뭉겨 앉기, 와이프가 앉을 자동차 조수석에 짐 쌓아둔 채 기다리기 등 여자의 눈에 남자들의 개념은 시도 때도 없이 상실된다.
밖에서 능력 인정받는 남편, 그러나 집에서는 금치산자인 이들을 보고 가끔씩 드는 생각, "이 사람이 날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나?" 그럴 리가! 그리고 정말 남자들이 생각이 없어서 저러는 걸까? 저럴 리가!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서일 수도 있다. 여자와 다른 별에서 온 남자들은 늘 사소한 생각으로 땅콩만한 뇌를 꽉꽉 채운다.
트렁크에 짐을 쌓던 그 남자는 어제 본 축구경기의 아쉬운 장면을 생각했을 것이고,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자기 아이들을 잊어버린 남자는 주식의 그래프를 떠올렸을 것이다. 요즘 떨어진 자기 팀의 영업실적을 고민하던 출근길 남자는 현관 앞 쓰레기를 보지 못했을 것이고, 샤워를 하면서는 자기에게 상처 준 거래처 사장을, 소파에 앉으면서 이번 주 내기 골프 전략을, 시동을 걸어놓고는 새로 나온 카메라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의 주화입마에 빠져 허깨비만 남은 남자를 향해 생각 좀 하며 살라고 외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다. 오히려, 남자가 개념 없는 짓을 할 때 "또 자기별과 교신 중이군."하며 놀려먹는 게 남자를 찔끔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7/29/2008072901563.html 입력 : 2008.07.3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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