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개혁

2009. 12. 4. 16:04經濟

[분수대] 화폐 개혁

로마의 네로 황제는 64년 화폐 개혁을 단행한다. 금·은화를 제조할 때 은 함유량은 15%, 금 함유량은 11% 줄였다. 예전보다 돈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게 됐고 황제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후대 황제들도 ‘네로식 재산 증식’에 차례로 가담했다. 200년 뒤 갈리에누스 황제 때는 은 함유량이 5% 이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돈 가치도 같이 하락했다. 밀 가격이 200배가 넘게 올랐다. 로마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1000년 뒤 프랑스의 필립 4세가 네로의 뒤를 이었다. 은화의 은 함유 비율을 낮춘 것이다. 돈 가치가 떨어지자 그는 1306년 모든 은화를 수거해 은 함유량을 다시 높였다. 그 뒤로도 몇 차례나 화폐 가치를 재조정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잭 웨더포드, 『돈 상식사전』)

화폐의 액면 가치를 재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현대에도 인플레이션 대응책으로 쓰인다. 짐바브웨는 지난해 7월 ‘빵 한 조각에 2000억 짐바브웨 달러’, 연 물가상승률 2억3000만%라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응해 100억 대 1로 화폐 가치를 조정했다. 올해 2월에는 다시 1조 대 1로 조정했다. 0을 12개나 삭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리디노미네이션은 군사작전처럼 시행됐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2월 이승만 대통령이 단행한 ‘100원 대 1환’ 개혁 때다. 유엔군사령관의 허가 아래 해군참모총장이 새 돈을 군함으로 수송했다. 1962년 6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단행한 ‘10환 대 1원’ 개혁 때는 중앙정보부 차장과 차지철 당시 공수단 대위 등이 신권 수송을 맡았다. 당시 신권이 든 상자 위엔 중기관총·곡사포 등으로 적혀 있어 운반을 맡은 군인들도 군용장비로 알았다고 한다. 두 차례의 급작스러운 화폐 개혁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반면 지하 자금을 끌어내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윤광원, 『대한민국 머니 임팩트』)

북한이 최근 ‘100 대 1’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 한도 액수가 정해져 있어서 북한 주민들이 축적해 놓은 재산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유럽의 몰락』을 쓴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권력은 화폐보다 우위에 있다”고 했다. 권력이 단행했던 숱한 화폐 개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권력이 민초들의 생존 본능과 욕망을 끝내 이겨낸 적이 있었던가. http://news.joins.com/article/143/3906143.html?ctg=2002&cloc=home|list|list3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2009.12.03 20:30 입력 / 2009.12.04 13: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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