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1. 10:33ㆍ健康
잠버릇 보면 질병이 보인다
코를 골거나 과도한 몸동작 등 고약한 잠버릇으로 인해 낮에 피곤한 사람이 적지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철엔 춘곤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 밤에 피로를 풀어 줄 수 있도록 충분히 잔다면 낮에 물밀듯이 몰려오는 졸음을 이겨낼 수 있다.
을지병원 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특정한 자세나 잠버릇은 자신도 모르는 질환에 대한 신체반응이거나 수면장애의 증세일 수 있다”면서 자신의 잠버릇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대수롭게 여길 게 아니라 수면 클리닉을 찾아가 수면장애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옆으로 누워야 잠이 잘 온다는 사람, 베개를 안고 자야 잠이 쉽게 든다는 사람 등 잠자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이런 잠버릇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 자면서 다리를 막 차면 ‘렘수면 행동장애’ 가능성
잠을 자고 일어나면 유난히 이부자리가 헝클어져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잠을 자면서 옆 사람을 발로 자꾸 차기 때문에 혼자 자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잠을 자면서 다리를 차는 ‘주기성 사지운동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주기성 사지운동증은 문자 그대로 주기적으로 사지, 특히 다리를 움직이는 병이다.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시스템 균형이 깨지면 이런 증세를 보인다. 이런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심하게 차다가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리를 찬 기억도 없고 왜 잠에서 깨어났는지를 알지 못한다. 깊이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낮엔 졸리고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주로 나이 든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생기며 유전적인 요소가 있다면 30대에도 나타난다. 약물이나 걷기 운동과 같은 행동요법으로 치료 가능한 증상이다.
잠을 자면서 자신도 모르게 팔다리를 움직이는 데 그치지 않고 옆 사람을 때리거나 차는 사람은 ‘렘수면 행동장애’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꿈속에 나타나는 행동을 현실에서 그대로 따라하는 증상이다. 꿈을 꾸는 시기인 ‘렘’ 기간에 보통 사람은 근육이 마비되지만 이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의 근육은 살아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조용원 교수는 “렘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은 치매나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5∼7배나 높다”면서 “주로 50대 이후에 접어들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하지불안증후군엔 종아리 찜질 도움
잠자면서 옆 사람에게 다리를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잠버릇을 가진 사람은 쿠션을 다리 사이에 끼우면 편안하게 자는 경우가 많다. 다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하지불안증후군이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다리에 △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 △ 옥죄거나 잡아당기는 느낌이 있어 다리를 안절부절못한다.
대개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유전성이 있으면 가족 모두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역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더운 물이나 수건으로 종아리를 찜질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어린이 수면장애 15세 넘으면 사라져
어린이가 갑자기 잠에서 깨 두리번거린다면 꿈을 꾸지 않는 수면인 ‘노렘 수면장애’다. 고함을 지르거나 대화하듯이 잠꼬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뇌신경 발달이 덜돼서 일어나는 증상으로 신경이 성숙하면 대개 좋아지며 15세 이후엔 거의 사라진다.
조 교수는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잠을 못 자면 더 설치기도 하는 증세를 보인다.”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잠을 제때 안 재우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하면 증세가 더욱 심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를 나무라지 말고 다시 잠에 들 수 있도록 다독거려 줘야 한다.
● 바로 눕는 게 불편하면 허리디스크 의심
옆으로 누워야 편안한 사람은 허리를 생각해서라도 하루빨리 바르게 자는 자세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일 똑바로 누울 때 허리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척추측만증이나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
부천 연세사랑정형외과 고용곤 원장은 “똑바로 누웠을 때 허리 통증이 있다가도 무릎을 오므리거나 무릎 밑에 베개를 받쳤을 때 통증이 없어지면 허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옆으로 누워 잘 때 코를 심하게 골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똑바로 자면 혀가 뒤로 떨어지면서 기도를 좁히게 돼 코를 골게 되는데 옆으로 누우면 혀가 기도를 덜 막아 증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을지병원 신 교수는 “특히 낮에 유난히 피곤하고 졸립다고 느끼면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심장질환 뇌중풍(뇌졸중) 위험을 유발하므로 수면클리닉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올바른 수면법 : 허리 아플 땐 딱딱한 침대, 베개는 낮고 넓은 것으로
올바른 수면법에 대해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용래 교수에게 알아봤다.
▽ 베개 높이는=비교적 낮은 베개를 베어 목이 가슴 쪽으로 꺾이지 않는 정도가 좋다. 보통 체격의 남성은 4∼6cm, 여성은 3∼4cm의 높이가 적당하다. 목이 많이 꺾이면 기도가 좁아지고 목 뒤 근육이 늘어나면서 굳어져 통증이 올 수 있다. 베개는 머리부터 어깨까지 닿을 수 있도록 넓은 것이 좋다.
▽ 침대 선택은=골다공증, 척추 압박 골절 등으로 허리가 아픈 사람은 허리 부위 고정효과가 있는 딱딱한 침대가 좋다. 젊은 사람이 갑자기 허리 통증을 느낀다면 완충 효과가 있는 푹신한 침대가 효과적이다.
▽ 수면에 효과적인 음식=우유나 치즈 등 세로토닌이 많이 들어 있는 단백질 음식을 포함해 신선한 야채나 과일류를 섭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