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통(聯關痛)

2010. 8. 9. 21:20健康

왼쪽 팔에 통증? 심장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발병 부위와 통증 부위가 다른 연관통

대학강사인 신모(39·서울 서초구)씨는 몇 달 전부터 왼쪽 팔 안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어디 특별히 다친 것도 아니고 그곳이 아플 이유가 없었다. 곧 나으려니 했지만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어깨 X선을 찍어 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도 소용없었다.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 가서야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원인은 팔과는 전혀 무관한 심장병이었다. 신씨의 심장 혈관이 막혀 가고 있어 협심증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심장에 병이 났는데 가슴 쪽은 아프지 않고 왼쪽 팔이 아팠을까? 우리가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통증이 일어난 부위의 신경이 뇌로 연결돼 뇌가 아픔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 퍼져 있는 신경이 2~4개씩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문제다.

통증 참지 말고 즉시 병원서 진찰을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동언 교수는 “우리 몸에는 구석구석 수많은 말초신경(1차 신경)들이 분포돼 있다. 이 신경들은 2~4개씩 짝을 이뤄 몸의 근간을 이루는 뼈대인 척추 안에 있는 척수에서 모인다.”고 말했다. 짝을 이룬 신경들은 한 가닥으로 모여 척수를 빠져나와 뇌로 이어진다. 문 교수는 “이때 뇌는 2~4가지 신경 중 가장 익숙한 신경 하나만 선택해 인지한다.”고 말했다.

신씨의 경우 심장에 문제가 있었지만 심장을 담당하는 신경과 짝을 이루는 왼쪽 팔 신경이 척수에서 만나 한 가지로 뇌에 전달됐다. 이 때문에 뇌는 어깨 신경에서 통증이 온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는 것이다. 몸 깊숙한 곳에 있는 심장과는 달리 팔은 평소 외부 자극이 많아 뇌가 통증 전달에 익숙해져 있다. 심장병이 더 심해져 더 큰 무리가 와야 뇌는 비로소 심장 쪽에서 아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병이 일어난 부위와 전혀 상관없는 부분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학용어로는 ‘연관통(聯關痛)’이라고 한다. 고려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강윤규 교수는 “피부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조직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부분과 통증이 실제로 일어나는 부분이 같다. 하지만 몸 안쪽 깊숙한 장기나 조직에 병이 생기면 뇌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통증은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1차 기준이 된다. 그런데 ‘연관통’ 때문에 다른 병으로 오진하고서 전혀 엉뚱한 곳을 수술하거나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연관통 때문에 가장 많이 오진하는 질환은 심장질환·폐질환·맹장염 등이 있다.

심장질환은 팔의 통증으로 오인하기 쉽다. 심장과 왼쪽 팔(삼두근 안쪽) 부분 신경이 연결돼 있어서다. 심장 혈관이 막혀 생기는 협심증·심근경색 등이 진행되고 있을 때 왼쪽 팔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들이 초기에 팔의 통증이 있을 때부터 병원을 방문하면 심장병을 좀 더 초기에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폐에 이상이 생기면 폐가 있는 갈비뼈 안쪽 부분이 아니라 옆구리(오른쪽) 부분이 먼저 아프다. 아무 이유 없이 오른쪽 옆구리가 계속 아프면 X선 검사로 폐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위궤양은 명치 쪽이 아프기도 하지만 등의 허리 부분 척추(척추 중심에서 왼쪽으로 약 1㎝ 떨어진 부분)를 따라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신장에 이상 생기면 허리에 통증

신장과 췌장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전혀 엉뚱한 곳에서 통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들도 신경이 하나로 묶어져 있어 허리 뒷부분(허리벨트 매는 곳에서 위로 약 5~10㎝ 되는 부위)이 아프다. 문동언 교수는 “40~50세 이후면 대부분 약간의 디스크 탈출 증상이 있다. 허리가 아픈 것이 신장이나 췌장 질환 때문인 줄 모르고 가벼운 디스크인데 수술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허리 부분이 아프기 시작하면 병원에서 소변 검사와 함께 초음파로 콩팥·췌장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매년 9만여 명이 수술을 받는 맹장염(충수염)도 증상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맹장이 있는 부위인 배 오른쪽 밑 부분이 아니라 배꼽 주변부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김원곤 교수는 “맹장염을 단순 복통이라고 방치하고 있다가 늦게야 병원으로 실려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맹장염은 가만히 놔두면 복막염으로 진행돼 수술이 어려워진다.

중년 남성들이 많이 걸리는 요로결석 역시 요도가 있는 부위가 직접적으로 아프지 않다. 서혜부, 즉 사타구니 쪽이 묵직하게 아파오는 것이 특징이다. 요로결석은 이미 요로에까지 통증이 올 정도가 되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초기 증상을 잘 알아 놨다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고관절 쪽에 이상이 생겨도 오른쪽 무릎이 시큰하게 아파오는 경우가 많다. 엉덩이와 무릎의 신경은 바로 연결돼 있다.

척추질환도 오진하는 사례가 많다. 눈이 튀어나올 것같이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다. 안과를 가서 각종 검사를 다 해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눈은 계속 아프다. 이런 사람들은 경추(목뼈) 1, 2, 3번 부분에서 디스크 염증이 있거나 디스크가 튀어나온 경우가 많다. 목뼈의 원인을 제거하면 눈의 통증이 줄어든다. 하부 요추(허리뼈 밑부분) 신경은 허벅지와 고환과 연결돼 있다. 별다른 외상 없이 허벅지나 고환이 계속 아프면 척추뼈 X선 사진을 찍어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http://healthcare.joins.com/news/html/4371006.html?cloc=home|healthcare_article|healthcare&total_id=4371006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2010.08.09 16:02 입력 / 2010.08.09 18: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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