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6. 18:27ㆍ健康
폭염… 당신의 혈압을 끌어올린다
섭씨 32도 넘으면 뇌졸중 66% 늘고 당뇨환자 혈당 올라가
전국 곳곳에서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달 중순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진다고 예보했다. 폭염이 닥치면 노년층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가 갑자기 숨지는 경우가 늘어난다. 노년층은 체온조절능력이 약해 더위에 쉽게 쓰러지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혈액이 끈적거리게 돼 혈압이나 혈당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낮 최고 기온이 32도에서 1도씩 높아질 때마다 서울 거주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가 9명씩 증가했다(국립기상연구소 조사).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부산 등 6대 도시의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원 환자를 분석한 결과, 7~8월 중 낮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날 호흡곤란 등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17.6%(서울)~26.1%(부산) 증가했다. 인천에서는 뇌졸중 환자가 42.3% 증가했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일 때 뇌졸중은 66%, 관상동맥질환은 20% 증가한다.
◆ 피부에 혈류 몰려 다른 부위 기능 떨어져
인체가 더위를 느끼면 뇌의 시상하부는 체온을 끌어내리기 위해 '체온조절시스템'을 가동시켜 피부 혈류량을 늘리고 땀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 노년층이나 만성질환자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킨다. 우선 피를 피부 쪽으로 보내기 위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동시에 인체 다른 부위에 공급되는 혈액량은 부족해진다.
혈액 공급량이 정상을 밑돌면 식욕을 잃고 소화기능이 약해지고(위장관), 소변이 줄고 인체의 대사작용이 원활하지 않게 되며(신장), 인지기능 등 정신적인 활동이 둔해지고(뇌), 운동 능력이 평소보다 저하돼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근육).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이 같은 체온조절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체온이 올라간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심장의 1분당 혈액 박출량은 3L씩 증가한다."고 말했다. 더위로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심장이 무리하면 심근경색 가능성이 커진다.
▲ 고혈압·당뇨병이 있거나 노년층은 폭염이 닥치면 심근경색·뇌졸중 등이 발생해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더위를 피하는 생활 습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 블룸버그
◆ 노년층은 지병 없어도 돌연사 가능성 커져
폭염은 고혈압과 협심증·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을 동반한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농축돼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기 쉽다. 몸속 어딘가에서 생긴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생긴다. 당뇨병 환자는 땀으로 수분이 과다하게 배출되면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 강희철 교수는 "혈당 수치가 올라가면 신경세포가 손상을 받아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당뇨병성 족부증 등 합병증이 악화돼도 모르고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은 별다른 지병이 없어도 폭염으로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체온조절중추의 기능이 쇠퇴하기 때문에 신체의 열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며 "뇌가 체온 상승을 감지해도 노화로 신진대사가 느려진 데다가 땀샘이 감소한 상태여서 체온 조절을 제대로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은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 등으로 이어진다.
◆ 고혈압 찬물 샤워, 당뇨병 탄산음료 한 잔도 삼가야
만성질환이 있는 노년층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외출을 삼가야 하며, 에어컨을 적절히 틀어 실내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22~24도가 뇌를 비롯한 신체 모든 부위가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도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날이 아무리 더워도 찬물 샤워를 하면 안 된다. 무더위로 확장된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 혈압이 급상승한다. 당뇨병 환자는 빙과류나 탄산음료를 멀리해야 한다. '뻔한 상식'이지만 "이렇게 더운데 한 번쯤이야…" 하면서 방심하는 사람이 많은데, 땀을 많이 흘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당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면 체내에 빨리 흡수돼 혈당 수치가 급속히 올라간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04/2010080400004.html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2010.08.04 08:48 입력 / 2010.08.04 09:12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