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8. 11:54ㆍ言語
질문
『한글사랑 내디딤 교실』에서 오늘도 한글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지금쯤 학습 진도는 자음을 다 배우고, 모음의 제자원리와 그 음가에 대하여 공부할 것 같습니다. 혹은 과진도 있을 것이고, 미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도는 그렇게 나가고 있지만 실제 학업성취도는 아직 미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부단한 반복학습을 통하여 완전학습이 되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릇 사람의 말 또는 글자는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여야 한다. 그래서 문자를 익히려면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그 다음에 자음과 모음의 음가를 알면 문자해득은 바로 이루어진다는 요지의 설명을 하고, 자․모음의 음가를 몇 시간 동안 익히면서 학습하였습니다. 비로소 지난 시간에 /아기/아버지/가 나오는 3단원으로 들어가면서, 학습자들이 처음으로 글자를 써 보았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즈음해서 이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모음은 가운데 소리니까 먼저 나는 첫소리의 왼쪽에 쓰면 안 되는데, 왜 반드시 /ㅏ/ㅓ/ㅣ/는 첫소리의 오른쪽에 쓰고, /ㅗ/ㅜ/ㅡ/는 첫소리 아래에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른 쪽에 붙여 쓰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문현답으로 함께 생각해봅시다. 출처(밀양시문해교육사협회,
답변
한글을 사용하면서 한글에 대한 이런 내용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아예 의아심을 갖지 않은 사람도 꽤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질문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다보니 훈민정음은 아무런 법칙이나, 해설도 없이 단지 자음과 모음만 있어서 그것을 사람들이 알아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한글 자음의 이름과 그 음가(소리값)을 혼돈하고 있는 사람, 처음부터 ㄱ, ㄴ, ㄷ, ㄹ과 같은 자음의 이름이 있었고, 그 순서도 현재와 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등 우리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에 대한 배경지식이 너무 무지하고, 빈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국어교육이 제6차 교육과정으로 개편되면서 대학입시가 1993년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뀐 이유가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학력고사 시절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훈민정음에 관한 내용이 제6차 교육과정으로 이행되면서 훈민정음에 관한 단원이 대폭 축소되고, 수능시험에서조차 잘 출제되지 않게 되면서 관심 밖으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첫 번째가 훈민정음 표지이고, 두 번째 사진은 해례본으로 붉은 색 네모부분이 부서법칙에 대한 것이고, 세 번째 사진은 이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언해본입니다. 말하자면 언해본은 해례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즉 훈민정음은 3년간의 시용기간(試用其間)을 거쳐서, 한문으로 반포하였던 것입니다. 그 후 세조 때 이것을 번역한 것이 언해본입니다.
그러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가운데 사진의 붉은색으로 묶어놓은 부분을 언해한 것이 세 번째 사진의 붉은색 부분인데 이 부분을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ᆞ와 ㅡ와 ㅗ와 ㅜ와 ㅛ와 ㅠ는 첫소리 아래 붙여 쓰고ㅣ와 ㅏ와 ㅑ와 ㅓ와 ㅕ는 오른쪽에 붙여 쓰라.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쓰는 이유는 결국 위와 같이 훈민정음의 창제자인 세종대왕의 뜻(부서법칙)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부서법칙을 만들었을까요?
먼저, 세종대왕께서는 소리 나는 순서를 고려하여 이렇게 하였습니다.
영어는 상하좌우 구별 없이 무조건 소리 나는 순서대로 적습니다. 먼저 나는 소리부터 다음 소리 순서로 오른 쪽으로 씁니다. 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음이 첫소리이니 먼저 쓰고, 모음은 가운뎃소리이니 위쪽이나 왼쪽에는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른쪽이나, 아래쪽에 썼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세종대왕께서는 글자 모양을 고려하여 이렇게 하였습니다.
/ㅗ/ㅛ/ㅜ/ㅠ/ㅡ/ 등을 초성의 오른쪽에 붙여 쓰면 글자 모양이 비뚤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자의 모양이 전체적으로 사각형에 가깝기 때문에 무릇 글자는 사각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위에서 /-쓰라/는 지면 등을 이용한 어간+명령형어미의 간접명령 형태로 존대법과는 상관없는 말이고, /-써라/는 직접명령으로 해라체의 하대하는 말입니다.[형태소를 분석하면 -쓰라=-쓰(어간)+라(명령형어미), -써라=-쓰(어간)+어라(해라체 명령형어미)에서 어간의/ㅡ/가 모음충돌회피에 의해 음운이 탈락한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전자는 모음의 탈락이 없는 말이고, 후자는 어간의 모음이 탈락하고 어미와 결합한 형태입니다.
'言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장용어 (0) | 2015.11.19 |
---|---|
2015년 제569주년 한글날 (0) | 2015.10.06 |
~下의 유래 (0) | 2014.12.09 |
'나 대화법' (0) | 2013.09.01 |
한·중·일 공용한자 800자 (0) | 2013.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