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랩소디

2024. 2. 11. 11:07日記

아직 기저귀도 벗지 못한 28개월 차 손자가 제 할미를 웃게 만든다.
あじのもと(味の素), MSG를 전혀 가미하지 않은 이번 설에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첫째 에피소드

집에서 키우는 청계가 이제 제법 성장해서 고맙게도 계란을 조금씩 더 낳으면서 인사를 차려야 할 때(아들, 딸, 사돈댁, 자주 가는 병원, 지인 등)는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아내가 딸에게 여러 가지 반찬을 챙겨주는 것을 보고 손자가 딱 정색을 하면서
“우리 계란도 있어요?”
“계란? 묵고 싶어?”
“우리 집에 가져갈라고요.”
“와? 전에 고모집에서 준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다 묵었나?”
“응, 내가 다 먹었어.”
“너거 줄 꺼는 냉장고 안에 있다.”
“어디? 함 보자.”
그래 설에 쓰고 몇 개 남지 않은 계란을 내어서 보여주니 계란을 이것저것 만져보고 그제야 얼굴을 펴더란다.

둘째 에피소드

계란만 확인시키고 냉장고 문을 닫으려고 하니 직접 냉장고 아래 칸에다 발을 올리고 냉장고 안을 일일이 모두 확인하고서야 호기심이 해소되었는지 그제야 내려서더란다.
다음날인 설날에 아들과 나는 선영에 참배하러 갔는데 집에 남은 손주가 계란 한 판을 마들어주기 위해 닭장에서 계란은 가져오면서 ‘이거 너거 줄 꺼다.’ 하니 그것을 보고 매우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짓더란다.
지난번 제 고모집에서 가방에서 제 고종4촌들에게 어린이 비타민을 직접 꺼내 주고, 제 할미에게는 BLACKMORES Ω3 등 영양제를 직접 꺼내어 주던 바로 그것을 보고 손에 드로 ‘우리집에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영양제는 아들이 우리에게 철철이 사주고 있어서 우리는 잘 먹고 있다.

셋째 에피소드

아들이 할미에게 용돈을 주려고 봉투를 끄집어내니 손자가 제 아비로부터 봉투를 받아서 그 속의 지폐를 하나씩 세서 할미에게 준다.
“무슨 용돈을 이리 많이 주노?”
손자가 얼굴색 한 번 안변하고 목소리를 딱 깔고 말하기를
“좀 많이 챙겨 왔다.”
기저귀도 졸업하지 못한 녀석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기지가 번뜩인다.

넷째 에피소드

손자가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서 제 할미더러 따달라고 준다.
따주면서
“이거 누가 사주더노?”
“응, 선경아파트 할머니가 샀다.”
“그래? 코스트코에 가서 샀나?”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승우가 맨날 맨날 코코마트(코스트코)에 가서 산다.”

다섯째 에피소드

녀석은 올 때마다 주방에 놓여있는 서랍장 안이 궁금한 모양이다. 항상 제 스스로 열어보려고 애를 쓴다. 서랍이 무겁기도 하고 높은 칸이 있어서 열어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잘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 안이 궁금한지 열어보려고 하기에 제 할미가 손자더러 제일 위 칸에는 수건이 있고, 둘째 칸에는 할아버지 속옷이 있고, 세 번째 칸에는 할머니 옷이 있고, 네 번째 칸에는 겉옷이 있고, 제일 아래 칸에는 양말이 있다고 설명하니, 기어이 열어보잔다. 결국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주었다. 그제야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랩소디(rhapsody)
즉흥성을 중시한 악곡의  형식으로, 서사적, 영웅적, 민족적인 색채를 지니는 환상곡풍의 기악곡

기차놀이
기차놀이
기차놀이
기차 터널
기차 터널
어머님 기제사
모두들 수박을 좋아하네.
한 발로 서서 균형 잡기
키재기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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