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9. 16:56ㆍ法律
현금은 용서 받고, 통장서 빼면 처벌 받아, `은행도 피해자` 이유
부모 등 직계 가족의 돈이나 예금을 훔친 자녀의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현금을 훔친 경우는 형을 면제받지만 금융기관을 통해 예금을 빼돌렸을 때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3부는 자신의 친할아버지 통장을 훔쳐 예금 57만원을 자기 계좌로 이체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기소된 정모(2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를 이유로 형을 면제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친족상도례는 형법(제328조)에 근거한 것으로, 직계 혈족 등 가까운 친족 간에 절도, 사기, 공갈, 배임 등 재산 범죄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의 고소가 없을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공소 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형의 면제는 유죄는 인정하되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수사기관에 범죄 기록은 남게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예금이 인출된 금융기관도 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친족 사이의 범행을 전제로 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정씨가 은행과 상관없이 할아버지의 지갑에서 57만원을 훔쳤다면 형 면제 판결이 확정됐을 것이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재산은 가족공동체의 것이고 가정사에는 국가 형법이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법은 가정에 침입하지 않는다.'는 로마의 법언(法言)이 이론적 배경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외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한편 최근 납치 자작극을 벌여 아버지로부터 2억 원을 받아내려 했던 딸(27)은 친족상도례에 따라 처벌받지 않았다. 하지만 공범인 애인(40)은 공갈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http://news.joins.com/series/society/200504/3874 중앙일보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