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 19:45ㆍ法律
10년마다 신청해야 하는데 시기 놓쳐 상표권 소멸
상표 갱신 깜박했다, 30년 회사 날릴 판, 협력업체가 등록해 매장서 쫓겨나고 물건 못 팔아
“아버지가 일으켜 30년 동안 일궈온 사업을 허무하게 빼앗기게 됐네요….”
상표권 갱신 절차를 깜빡 놓친 탓에 유명 상표를 빼앗기고 사업마저 접을 처지가 된 한 중소기업인의 탄식이다. 부산시 신평동에 300평 규모의 공장을 운영해 온 아동화 전문 업체 퀸베이비의 김○○(36) 사장이다. 롯데·현대·애경 등 유명 백화점 22곳과 온라인 쇼핑몰 13곳에 입점해 지난해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동화 업계에선 1, 2위를 다툰다. 창업자 김○○(63)씨는 부산시 남포동 신발가게에서 출발해 중견업체로 키웠다. 지병이 심해져 장남 에게 가업을 넘긴 게 2002년. 둘째아들 ○○(34)씨도 과장으로 힘을 보탰다. 김 사장은 9곳이던 백화점 매장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불렸다. 30여 명이던 직원이 53명으로 늘었다.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은 건 지난달 28일. ‘퀸베이비 상표권이 우리에게 있으니 쓰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도 같은 통지서가 속속 도착했다. 경위를 알아보니 이랬다. ‘퀸베이비’ 상표권의 유효기간이 2004년으로 만료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 상표권은 등록 후 10년이 지나면 유효기간이 끝나 갱신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제가 너무 무지하고 부주의했어요. 하지만 젊은 나이에 작지 않은 사업을 떠맡아 이리저리 바삐 뛰다 보니 상표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유념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이 회사에 신발 밑창을 납품하던 협력업체 김○○ 사장이 퀸베이비 상표가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건 2006년 중반. 지체하지 않고 퀸베이비 상표권을 특허청에 신청해 지난해 말 취득했다. 마침내 지난달 말 상표권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퀸베이비 측은 사흘 만에 온·오프라인의 입점 매장에서 쫓겨났다. “문제를 곧 해결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유통업체들에 애원했지만 “상표권 도용에 따른 소송을 함께 당할 수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판로가 막히니 1주일 만에 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직원들도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김○○ 사장에겐 재고 아동화 12만 켤레가 산더미처럼 남았다. 상표권을 새로 취득한 회사는 “퀸베이비 상표가 붙은 재고를 다 팔고 싶으면 5억 원을 내라”고 요구해 왔다. 이미 김씨는 퀸베이비 아동화를 일부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고 있다.
김○○ 사장은 특허청에 상표권무효심판을 청구했다. 30년간 퀸베이비 상표로 사업한 것을 증명하면 상표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심판 결정이 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면 2년이 걸린다는데 공장문을 닫고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특허청에 알아봤더니 상표권 갱신 시기를 우편으로 통지했다고 하지만 어쩐 일인지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 상표권의 주인이 된 김씨는 적법하게 취득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래 한 사업을 접게 된 건 안됐지만, 스스로 지키지 못한 상표권을 가져온 것이니 정당하다”고 말했다. http://news.joins.com/article/3160272.html?ctg=1105 중앙일보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2008.05.27 03:02 입력 / 2008.05.27 03: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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