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8. 17:26ㆍ法曺
살벌한 법대(法大) 도서관
로스쿨로 사시 합격자 줄게 돼 '막차 전쟁'
"아무 소리도 내지마"… 형광펜 긋는 소리라도 들리면 일제히 눈총
사법시험을 준비 중인 연세대 3학년 김성민(21)씨는 최근 법과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뒤에서 날아온 휴지뭉치에 뒤통수를 맞았다. 휴지를 던진 학생은 "형광펜 긋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니까 소리 안 나게 조심해서 줄을 치라"고 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로 가득한 각 대학 법대 도서관은 요즘 삭막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하다. 내년부터 로스쿨이 도입됨에 따라 사법시험의 문(門)이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에서 1000명씩 뽑는 시대는 내년으로 막을 내리고 2010년 800명, 2011년 700명으로 선발인원이 줄면서 2017년에는 시험 자체가 없어진다. 따라서 사법시험의 '막차'를 타려는 고시생들은 숨 막히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고려대 법학과 박명(21)씨는 학교 내 '고시실'(사시 준비생 전용 도서관)에 입실하기 전에 미리 재킷을 벗고 가방 지퍼를 연다. 고시실 안에서는 옷을 벗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나 가방의 지퍼를 여닫는 소리가 나도 주변에서 일제히 눈총을 주기 때문이다. 박씨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보내낼 때 버튼 누르는 소리가 나도 경고 쪽지가 날아온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고시실 출입문에는 '의자를 조심해 밀어주세요.' '구두 소리는 살살' '카세트를 들을 땐 수건으로 감싸주세요.' 등의 메모지 5~6장이 항상 붙어 있다. 이 학교 법대 3학년 최모(21)씨는 "최근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으로부터 '책 넘기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핀잔을 들었다"며 "황당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법대 장모(24)씨는 "강의 녹음한 것을 이어폰 끼고 들을 때도 테이프 돌아가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도록 카세트를 완전히 수건으로 싸서 듣는 게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요즘 고시생들에겐 수건과 휴지도 필수품"이라고 했다. 수건은 카세트를 감쌀 때, 휴지는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을 때 깔기 위해서다. 펜을 놓을 때 나는 소리조차 시끄럽다는 이유라고 한다.
살벌하기는 강의실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이대 법대 이모(20)씨는 법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쉬는 시간에 강의실에서 오렌지를 까먹은 게 화근이었다. 게시판에는 '오늘 강의실에서 오렌지 먹는 사람을 봤다. 오렌지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다음 수업시간에 집중이 안 됐다. 쉬는 시간이라도 강의실에서는 뭐 좀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09/2008080900025.html 변지희 인턴기자(이화여대 법과대 3) 이승현 인턴기자(서울대 화학교육과 4)입력 : 2008.08.09 04:15
고시낭인(考試浪人)
[고시낭인, 그들은 누구? (1)] “고시? 마약이 따로 없죠”
◀ 신림동 고시촌의 한 독서실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사법시험 준비생
고위 공직자나 법조인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오늘도 수만 명의 대학생들이 고시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고시에 합격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주위의 기대 속에 호기롭게 고시에 도전했던 청년들이 결국 실패해 낭인(浪人)으로 전락한 사례는 허다하다. 최근엔 고시 열풍과 경제 위기 속에 그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몇 년째 낭인생활을 하는 이들을 조선닷컴이 직접 만나봤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A씨(33)는 7급·9급 공무원 공채가 뜨기만 하면 닥치는 대로 도전 중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27세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A씨는 4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 후 눈높이를 낮춘 A씨는 작년부터 국정원, 감사원, 경찰간부후보생, 소방간부후보생, 교정직, 지방공무원 등 거의 모든 공직 시험을 치르고 있다.
“어차피 취직하기엔 나이도 너무 많고,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공무원 시험공부뿐이라 마땅히 다른 일을 찾을 수가 없어요. 송충이가 솔잎만 먹는다고, 몇 년 간 한 우물만 판 결과인 셈이죠.”
◀ 27일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고시준비생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9동 고시촌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B씨(34) 역시 서울의 명문 법대를 졸업하고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낙방을 거듭한 지 8년째, 그는 고시촌의 한 식당에서 설거지 등을 도우며 식당주인에게 식사와 방을 제공 받고 있다.
B씨가 식당 일의 대가로 기거한다는 고시원을 따라가 봤다. 학원들이 있는 고시촌 중심부에서 20분을 걸어 올라간 고지대에는 월 15만원 안팎의 허름한 고시원들이 즐비했다. 6.6㎡(2평)가 채 안 되는 작은 방에는 책상 하나와 그 밑에 다리를 넣어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뿐이었다. 방음, 통풍, 냉방은 전혀 되지 않았고 모기 몇 마리가 좁은 방 벽에 붙어있었다.
“수험기간 길어지고 돈이 떨어질수록 (월세가 높은) 고시촌 중심부에서 멀어져요. 여기서 지내는 사람들 처지가 비슷할 겁니다. 합격이요? (한숨) 희망은 1% 미만이죠. 솔직히 의욕을 잃은 지도 한 5년쯤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왠지 완전히 포기를 못하겠어요. 마약이 따로 없어요. 그 1%의 희망 때문에.”
◀ "공부하다 죽어도 좋다" 합격을 향한 고시생의 결의가 잘 담겨있는 책상 앞 글귀
조선닷컴이 고시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64%가 ‘불확실한 미래’를 1순위로 꼽았다. “모 아니면 도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응답자들은 밝혔다.
‘일반 기업 취직 시 고시생 출신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62%가 ‘매우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시생은 대체로 사기업 준비생에 비해 학점, 자격증, 어학실력, 사회 경험 면에서 태부족한 데다 연령까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얼마나 더 오랫동안 고시에 도전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32%가 ‘끝장을 볼 때까지’라고 답해 한 번 발을 담그면 빼기 힘든 고시의 특성을 보여줬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30/2009073000555.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6 박승혁 기자-허성호 인턴기자(연세대 행정학과 4년) 입력 : 2009.07.30 11:36 / 수정 : 2009.07.30 14:12
[고시낭인, 그들은 누구? (2)] 본인은 폐인, 가정은 파탄으로 몰고 가는 고시병
고위 공직자나 법조인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시에 도전하고 있지만, 결국엔 실패해 낭인(浪人)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본인이 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해 온 가족이 고통을 겪기도 한다.
6년째 사법고시 준비생인 C씨(35)는 술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계속해서 독특한 폭탄주를 권했다. 일명 ‘검사 폭탄주’란다. C씨는 “이렇게라도 기분을 내야죠.”라며 웃어 보였다.
“6년 전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고시는 학벌을 안 따지잖아요. 출세는 해야겠는데 지방 대학 나온 것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고시라고 생각했죠.”
강원도의 한 국립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도전한 C씨. 월 소득이 300만 원 정도인 C씨의 가정은 그의 합격을 위해 지난 6년 간 소득의 절반을 쏟아 부었다. 온 가족의 기대와는 달리 낙방을 거듭하던 C씨는 지난 한두 해 동안 고시촌에 퍼져있는 키스방과 토킹바, 유사성행위업소 등을 전전했다.
“고시 뒷바라지 때문에 부모님이 이가 아프셔도 치과 한 번 못 가셨죠.”라며 죄책감을 나타낸 B씨는 “지난해부터 부모의 건강이 악화돼 사실상 공부에 손을 떼고 사무직을 알아보고 있지만 오라는 곳이 없다”고 했다.
“칠순을 바라보시는 제 아버지는 편찮으신데도 한 달에 150만원씩은 꼭 보내오세요. 그것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어차피 안 될 줄 아니까 공부는 하기 싫고. 이 나이, 경력에 불러주는 곳은 없고. 그래서 자꾸 유흥에 손을 대게 되요. 현실 도피죠. 어떻게 해야 할지 끝이 안 보입니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 수험생들은 공직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안정성’(49%)을 꼽았다. 뒤를 이은 ‘공직자로서의 사명감’(15%)이나 ‘명예와 권력’(13%) 보다 월등히 높다.
연세대 사회학과 박찬웅(44) 교수 역시 고시 편중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을 안정성, 이른바 ‘철밥통’에 대한 구직자들의 열망으로 규정했다. 박 교수는 “우선 고시 이외의 직장의 안정성이 높아지면 고시 열풍이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지만 현재 기업 경영 방향이 노동 유연화 등 인적자원 활용의 경직성을 피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추세가 이렇기 때문에 정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직업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제시했다. 동양 특유의 직장 안정성, 평생직장의 추구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하려는 능동적인 직업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고시 쏠림 현상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30/2009073001186.html 박승혁 기자-허성호 인턴기자(연세대 행정학 4년) 입력 : 2009.07.30 19:10 / 수정 : 2009.07.30 19:24
[고시낭인, 그들은 누구? (3)] "고시공부를 시작한 이유? 아버지가 하라니까~"
"법대 입학하자마자 가족들이 사법고시 진로 확정"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작년 10월 서울대 경력개발센터로부터 받은 ‘서울대 최근 5년간 미취업자 중 고시준비생 수’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를 졸업한 4267명 중 1272명(29%)이 미취업자로 조사됐다. 이 중 37%인 472명이 고시준비생이었다. 고시생, 그들은 누구인가?
서울대 인문대 01학번 장모(27)씨. 2005년부터 4년째 행정고시에 도전 중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바로 고시생의 길을 택했다. 전공인 역사학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미시경제학, 국제통상 등 고시 관련 수업으로 시간표를 채웠다. 2008년 8월에 학부를 졸업했으나 “백수”로 있기는 싫어서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학적을 두고 있다.
1~2학년 때 장씨는 다양한 교양수업을 두루 수강하고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하는 활달하고 호기심 많은 대학생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고 혼자 석 달간 유럽으로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복학 후엔 신림동 고시촌에 살며 ‘행정학 스터디’, ‘토익 스터디’에 열중했다. 외국여행은커녕 여름휴가도 4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원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죠. 적성대로라면 PD가 되고 싶었어요. 7급 공무원 출신 아버지가 예전부터 ‘너는 꼭 고시 패스해서 고위 공무원이 돼라’고 은근히 압박을 주셨죠. 대학 들어와서는 어머니까지 너무 기대를 하셔서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런 경우는 장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장씨의 학과 동기 22명 중 14명이 고시·공기업 시험을 본 적이 있거나 아직도 준비 중이다. 장씨에 따르면 그 중 최소한 10명은 “원치 않는 공부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중”이다.
절반 이상의 고시·공무원 준비생들이 “주변의 권유와 압력 때문에” 또는 “남들이 하니까”라는 등의 수동적인 이유에서 이 길을 택한 것으로 조선닷컴 취재 결과 밝혀졌다. 조선닷컴이 신림동 고시촌과 신촌 일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고시·공기업 준비생 1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의 설문대상자 중 40%만이 스스로 선택해서 고시·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부모(42%), 선생님(10%), 친구(8%)의 권유 순으로 나타났다. 60%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따라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고시, 공기업, 국책은행 다 합해 봐야 1년에 고작 2000명 이하만이 합격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희망 인력은 비정상적으로 과잉 공급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다른 분야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고시 낭인’ ‘낙오자’로 전락하는 등 개인적인 손해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인적자원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동 고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학생 혼자 찾아와서 상담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와서 자질이나 적성과 상관없이 등록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고 했다.
몇 년째 낙방해도 공부를 계속 하는 이유에 대해 30%의 응답자는 “주변의 기대치가 높아서 그만 둘 수 없다”고 대답했다. 고시·공무원 준비생의 3분의 1 가량이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자의와 상관없이 힘든 도전을 계속 한다는 얘기다.
행정고시 준비생인 연세대 02학번 A(27)씨는 “낙방 후 부모님께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가 일주일 동안 겸상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며 “부모님의 기대가 그만큼 엄청나서 섣불리 발을 빼지 못한다.”고 했다.
서울대 법대에 다니는 한모(28)씨는 “서울대 입학이 확정되자 가족들 사이에서 내가 사법고시를 보는 것도 자동 확정됐다”며 “내 인생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한씨는 “원래 꿈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서울대에 간 이상 집안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학년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해왔다는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07학번 강모(21)씨는 “학교 입학하자마자 엄마가 ‘고시반에 들어가서 교재와 학습요령 등에 대해 알아두라’고 재촉했다”며 “대학 입학 전엔 수험생, 입학 후엔 고시생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박찬웅(44) 교수는 “고시·공기업 시험은 예전부터 워낙 선호하는 취업 유형”이라고 전제하고 “요즘 부모세대가 공직을 권하는 데는, 80년대 이후 극단적인 사회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기업도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안정성에 대한 희구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31/2009073100413.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2&Dep3=h2_05 박승혁 기자-허성호 인턴기자(연세대 행정학 4년) 입력 : 2009.07.31 10:02 / 수정 : 2009.07.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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