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3. 13:57ㆍLEISURE
정영재 기자의 웰컴 투 풋볼
⑦ 선수·구단 관리 부럽다 ! 맨U
오래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의 전화가 요즘 부쩍 잦아졌다. 의례적인 인사를 한 뒤 겸연쩍은 목소리로 '용건'을 말한다.
"저기, 맨U 경기 티켓 좀…."
7월 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서울 경기의 입장권을 구해 달라는 얘기다. JMNet 식구인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니까 표를 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 중에는 대한축구협회 직원도 있고, 청와대 관계자도 있다. 물론 공짜 표가 아니라 '사겠다.'는 것이다.
그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입장권 구경도 못했다. 발표된 대로 맨U-서울전 티켓은 인터넷 발매 6시간 만에 매진됐다. 국내 스포츠 이벤트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입장권 가격(7만원, 5만원, 3만원)을 놓고 주최 측은 고심을 했다. 사전 조사를 해 보니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는 TV로 봐도 되지만 맨U 선수들이 뛰는 모습은 꼭 현장에 가서 보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A매치보다 약간 비싼 선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맨U 선수단은 일본을 거쳐 7월 18일 서울로 온다. 100여 명이 전세기를 타고 온다.
맨U 초청경기 실무를 총괄하는 김석현 일간스포츠 상무는 "맨U는 거대한 항공모함"이라고 말했다. 꼭대기 관제탑부터 지하 보일러 담당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항공모함 같다는 것이다. 이들은 홍보물부터 식단, 물병까지 수백 쪽에 이르는 매뉴얼 북을 갖고 있다. 실무진은 시어머니처럼 깐깐하게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바늘 끝처럼 예리하게 문제점을 찍어낸다.
손바닥만 한 입장권의 디자인도 세 차례 퇴짜를 맞았단다. 공식 명칭은 '200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리아 투어'였는데 '2007'을 맨 뒤로 보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구단 이름이 맨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어떤 선수도 특별대우는 없다. 주급 2억원이 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유스팀을 거쳐 올라온 신예도 똑같이 신라호텔 1인1실을 쓴다. 두 군데로 나눠 열리는 팬 사인회도 구단이 선수를 배정한다. '웨인 루니가 A조면 라이언 긱스는 B조' 식이다. 대회 홍보 사진도 3명 이상이 모여 팀 분위기가 나는 것을 써야 한다.
국내에서 부상 치료 중인 박지성은 "경기장에 꼭 가고 싶다"고 했다. 하프타임에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이 보내온 쾌유 기원 메시지와 종이학 등 선물을 전달받고, 감사 인사를 하기로 했다. 주최 측은 이 장면이 대회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만 박지성이 나오려면 맨U 의료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어떤 이벤트도 선수의 건강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원칙이다.
맨U-서울전은 국내에서 열리는 단일 경기 중 최고의 관심을 끄는 흥행 카드다. K-리그를 비롯해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도 보고 배워야 할 게 있다. 이들이 선수들을 얼마나 과학적으로 관리하며, 맨U라는 브랜드 상품을 어떻게 포장해 내놓는가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정영재 축구팀장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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