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8. 10:21ㆍ經濟
증권사 애널리스트 6명 중 1명은 기업 현장 출신
LIG 8명… 전체의 절반 삼성전자 출신 가장 많아
업계 상황 잘 알고 인맥 풍부한 게 강점
지난 1일 한 증권사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별안간 반 토막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LG전자 주가는 시장이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당시 큰 폭으로 목표주가를 떨어뜨린 점도 시선을 끌었지만,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가 지난 2006년까지 LG전자에서 4년간 해외마케팅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시장에서 "뭔가 아는 게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관심을 보인 것이다.
증권사 출신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해당 산업에서 근무했던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가 늘어나고 있다. 본지는 리서치센터를 갖춘 국내 주요 2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 현장 출신 가장 많은 증권사는 LIG, 애널리스트 가장 많이 배출한 회사는 삼성전자
본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25개 증권사에서 특정 종목에 대해 추천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의 수는 총 437명이다. 이 중 자신이 담당하는 업종에 속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의 수는 모두 75명으로, 전체의 약 17.2%이다. 즉, 6명 중 1명 정도는 증권사에서 RA(조사보조원)를 거쳐 애널리스트가 되는 '정규코스'를 밟는 대신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애널리스트가 된 경우다.
이런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가 가장 많은 증권사는 LIG투자증권이었다. 전체 16명의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 가운데 절반인 8명이 담당 분야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 회사 리서치센터장인 안수웅 상무도 현대차 산업연구소에서 3년간 근무한 자동차업종 애널리스트다. 우리투자증권이 약 38.1%의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를 보유해 두 번째로 많았고, KTB투자증권(35.7%), 한화증권(28%), 하이투자증권(25%), HMC투자증권(25%) 순이었다.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들이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를 많이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애널리스트를 가장 많이 배출한 회사는 삼성전자였다. 총 13명의 삼성전자 출신 애널리스트가 현재 IT업종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많은 회사는 하이닉스로 총 8명을 배출했다. 그 외 LG전자(5명), 현대차(4명), SK에너지(3명) 순으로 나타나 IT·자동차 분야의 종사자가 해당 분야 애널리스트가 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대적으로 철강·유통·의류업체 출신 애널리스트는 몹시 드문 편이었다. 최근엔 NHN·다음·네오위즈게임즈 같은 인터넷, 게임업체 출신이 애널리스트로 전직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 업계 상황 잘 알고 인맥 풍부, 증권업계 생리에 익숙지 않은 것은 약점
증시 전문가들은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의 강점으로 업계 상황을 잘 알고 인맥이 풍부하다는 점을 꼽았고, 반면에 재무·회계 관련 지식은 증권사 출신과 비교하면 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 증권사 출신 애널리스트는 "실적을 추정하는 데는 회사의 속사정, 경쟁사 현황 같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현장 출신들이 훨씬 유리한 편"이라며 "대신 재무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목표주가를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능력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 자신도 대체로 업계에 포진해 있는 인맥 등을 통해 정보를 보다 깊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이닉스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는 IBK투자증권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담당 애널리스트 이가근 연구위원은 "회사와 산업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시장에서 놓치는 호재나 악재를 보다 빨리 잡아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로 이직한) 초기에는 정보를 얻는 데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차별성은 사라진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다수의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시장의 생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스스로의 약점으로 지적했다. 삼성전자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장 출신이) 주가나 주식 매매동향 등과 관련된 정보에서는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 중에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를 커버하고 있는 비율은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들은 "친정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인지상정은 있지만, 실제 조사한 것과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17/2009121701626.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2&Dep3=h2_04 김재곤 기자 truman@chosun.com 입력 : 2009.12.18 03:09 / 수정 : 2009.12.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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