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마음

2009. 11. 25. 10:33健康

[김종우 교수의 '건강한 마음']

① 스트레스 증후군, 스스로 눈 굴리듯 키운다

45세의 K씨는 3년 전 회사의 회의 도중 상사로부터 질책을 당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그 상사를 계속 피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마주치면 가슴이 조여 왔다. 1년 전부터는 긴장이 되면 뒷목이 뻣뻣하면서 어깨와 등에 통증이 나타나고 불안·초조감과 쫓기는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는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그에게 "상사는 당신을 나무라면서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했을까요"라고 물었다. "평소처럼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이니까 별로 에너지를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반면, K씨는 상사의 질책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했을까? "저는 당시 무척 당황했고, 그 이후 그 상사를 마주치기도 싫다는 생각을 계속하니까 정신적인 에너지를 엄청나게 쓰고 있지요."

스트레스에도 '스노우볼링(눈덩어리 굴리기) 효과'가 있다. 스노우볼링 효과는 산꼭대기에서 떨어뜨린 작은 눈덩이가 굴러 내려오면서 집채만 해지는 것을 말한다. 스노우볼링 효과가 스트레스에 어떻게 적용될까?

K씨의 경우로 설명을 하면, 그날 상사가 던진 질책의 강도(에너지)를 '5'라고 하자. K씨는 이것을 '50'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50'이라는 압력은 K씨가 그 상사를 계속 피하면서 '100'으로 커졌다. 나중에는 여러 가지 신체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200'이라는 스트레스 수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스트레스 에너지'는 왜 커질까? 스트레스 증후군은 사건-인식-반응-증상의 순서로 일어난다. 5만큼의 '사건'이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K씨의 '인식'을 통해 50으로 발전하고, 상사를 피하는 '반응'을 통해 100으로, 마지막으로 신체적인 '증상'을 통해 200으로 증폭된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의 기본은 이런 증폭을 끊는 것이다. 먼저, 사건에 대한 '인식' 단계다. K씨가 상사의 질책을 '원래 화를 잘 내는 사람일 뿐 별 일 아니다'고 생각하며 5점 그대로 인식했다면 스트레스의 스노우볼링을 처음부터 막을 수 있었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 생기면 그 사건에 점수를 매겨보자. 자신의 반응이 아닌 사건 자체, 그리고 상대방의 에너지만 점수를 매겨야 한다. '1'의 스트레스를 '10'으로 인식하지 않으려면 점수화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반응'의 단계다. 상사의 말에 억울하다는 심정이 들면 '분노 또는 회피'라는 반응이 나타난다. 대들거나 피해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K씨처럼 상사를 보면서 분노가 치밀면 마음속으로 "스톱"이라고 외치기를 권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반응, 즉 화가 치밀어 오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1분을 넘지 않는다. 그 순간을 넘기면, 분노는 조금 수그러진다.

세 번째 단계는 '증상'이다. 반응의 단계가 무너지면 두통이나 속쓰림, 소화불량 등 몸의 반응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K씨의 머리가 흔들리는 증상이 이런 상태이다. 이 단계는 스트레스 클리닉 등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명심하자! 나는 스트레스를 '스노우볼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내가 굴리지 않는 이상 눈덩이는 커지지 않는다. 김종우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0/27/2009102701318.html 2009.10.27 16:20 입력

② 소음인 아내·소양인 남편 코드 맞추기

35세의 주부 L씨는 결혼 전에는 남편의 성격과 취향이 자신과 분신처럼 똑같은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 뒤의 실상은 달랐다. 매사에 사소한 것부터 틀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무엇이든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L씨와 대충 준비하는 남편의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

L씨는 "남편에게 화를 내면 '뭐 그런 일로 그러냐?'며 무시하는데 그게 더 속상했다"고 말했다. 반면, 남편은 "저와 아내는 별로 싸울 일이 없어요. 가끔씩 하는 가벼운 말다툼은 싸움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L씨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편에게 화내는 것조차 체념하고 말도 걸지 않는다.

이 사례처럼 부부간의 '코드'가 깨지는 순간 애정이 깨진다. 애정이 깨진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서로 깨진 사실을 확인할까 두려워서 대화를 피하게 된다. 그 다음 단계는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불만을 혼자 삭히려고 끙끙 앓다가 불안, 짜증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상태가 되면 정신적으로 이미 위험한 상황이다.

한의학에서 코드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가 두 사람의 체질이다. 소음인 부인과 소양인 남편이 코드가 어긋나기 쉬운 대표적인 조합이다. L씨 부부가 이 경우이다. 소음인 아내는 매사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케줄이 늦어지더라도 철저한 준비를 요구하고, 준비가 잘 되지 않으면 짜증이 난다. 반면, 소양인 남편은 신속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소양인의 급함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며, 일처리가 늦어지면 화가 난다. 그래서 아내의 짜증과 남편의 화가 맞붙게 되는 것이다.

코드가 깨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먼저,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부부가 찍은 사진을 펼치고 서로가 함께 행복해 하던 장면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 기억을 현실까지 확장시킨다. 한두 가지라도 같은 장면이 나오면, 아직 둘 사이에 애정의 불씨가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내는 남편과 좋은 기억이 없다고 하고, 남편은 부인이 자기에게 잘 해주었을 때만 기억한다. 혹은 서로가 다른 기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코드를 다시 연결하기 위한 깊은 대화가 필요한 단계다.

코드가 깨져서 스트레스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은 이미 부부 사이의 화목한 코드를 되살리는 것을 포기한 체념 상태이다. 짜증과 화가 나서 다툼을 하다가 우울증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부부싸움도 부부가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면에서는 코드를 되살리는 훈련이 될 수 있다.

싸우더라도 짜증과 화를 직설적으로 내뿜지 말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의견을 교환해보자. 무엇보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방법은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매일 내 아내와 남편에게 적어도 하나 이상의 감사한 일을 자신만의 일기장에 적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서 시간이 지나면 배우자가 분명히 달라 보인다. 김종우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1/10/2009111001252.html 2009.11.10 16:08 입력

③ 화해 안된 미숙한 용서가 화병 환자 만들어

화병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오랜 기간 쌓여 있는 억울함과 분함이다. 50대 여성이 평생 자신을 화나게 한 이야기를 벌써 30분 이상 계속하고 있다. 시부모의 구박, 남편의 불같은 성질, 이제 좀 컸다고 자신을 무시하는 자녀. 이야기는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다"는 하소연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여성은 "이혼을 하기에는 이미 늙었고, 이혼해도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필자가 "환자분의 화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용서'가 필요하다"고 말하니, "벌써 수도 없이 용서를 했었노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녀는 진짜 용서가 됐을까?

이 여성은 '내가 용서하지 않으면 나만 더 힘들어진다'고 다짐하며 화를 죽였다. 미숙한 용서를 해온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또 다른 용서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못나서 그렇다. 내가 이렇게 싫은 소리 하고 밉상을 하고 있으니 자녀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은 당연하지' 하면서 용서를 하는 것이다. 이런 용서를 '병적' 용서라고 한다. 이런 용서는 일시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분노나 억울함의 감정에 대한 정화 기능은 없다.

용서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줄이는 것과 함께 상대를 바라보는 긍정적 감정을 늘리는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 그런데 이 환자는 불행을 피하려는 노력만 한 것이다.

상처는 불행한 기억을 유도하고, 이 기억은 다시 불행한 감정과 생리 반응을 만든다. 용서는 이러한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다. 한국인의 심리에는 한(恨)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한과 연관된 용서의 개념에는 화해가 포함돼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직접 용서를 받고 그것을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화해 수준의 용서이다. 혼자 자포자기식으로 하는 미숙한 용서나 병적(病的) 용서로는 화해가 안 되고, 한으로 이어진다.

이 여성에게 "화가 나고 창피했던 기억을 정리해보라"고 처방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그랬는지 적어 보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의 감정도 적어야 한다. 그렇게 정리를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용서를 결심해 본다. 상대가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나가는 것이다. 고통스럽다면 상처를 준 사람에게 고통스럽다고 말을 해야 한다. 속으로 삭여서 한으로 감정적 발효가 되어 버리면 전문클리닉에서 치료해야 한다. 상대방의 좋은 구석을 찾아내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지금 당신이 하는 용서는 성공한 것이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1/24/2009112401166.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6 2009.11.24 16:25 입력 / 2009.11.24 16: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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