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乾杯辭)

2009. 11. 20. 09:59常識

직장인 `위하여`→`이대로`… 올 연말 유난히 뜨거웠던 건배사들

 

 

2008년을 마무리하는 송년회 시즌도 저물어 가고 있다. 송년회를 즐겁게 하는 건 주고받는 술잔만은 아니었다. 다 함께 술잔을 들고 외치는 건배사는 분위기를 띄우는 효과가 있다. '위하여'는 가장 흔히 쓰이는 건배사. 요즘엔 그 건배사도 다양해지고 있다. 10대 여성 댄스그룹의 이름이기도 한 '원더걸스'는 올해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건배사다. '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스 스스로 마시자'는 뜻이다. 고건 전 총리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생 송년회에 참석해 '나이야! 가라!'는 건배사를 외쳤다. '불법음원 근절운동'을 하고 있는 엠넷미디어는 건배 제의자가 '우리 모두!'라고 외치면 모두 '불끈불끈'하고 화답한다. 모임의 특성이나 기업의 상황에 맞는 독특한 건배사들을 중앙SUNDAY가 알아봤다.

이달 22일 낮 서울 대학로 인근 중국요리집 ‘진아춘’에서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생의 송년회가 열렸다. 좌장은 고건 전 국무총리. 건배사 요청을 받은 고건 전 총리는 일어서서 ‘나이야, 가라’를 외쳤다. 고 전 총리가 ‘나이야!’ 하자 나머지 참석자가 ‘가라!’라고 화답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요즘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라는 건배사가 유행이다. 야당과 ‘무력 대치’ 중인 상황에 맞게 전의를 불태우는 내용이다. ‘우리가~!’ 하면 ‘남이가~!’ 하고 답하는 것도 눈에 띈다. 역시 단결을 강조하는 구호다.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송년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건배사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치어스(cheers)’, 일본에서는 ‘간빠이(乾杯)’, 중국에서는 ‘간베이(干杯)’라고 한다. 한국은 ‘위하여!’가 가장 보편적이다. 하지만 다양한 변주가 있다. 연세대에선 ‘위하연!’, 고려대에선 ‘위하고!’라고 외친다. 서울시청에선 ‘위해서!’라고 한다. 이외에도 매년 새로운 유행 건배사가 만들어지고, 모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고유의 건배사도 끊임없이 개발된다.

엠넷미디어의 건배사는 ‘우리모두! 불끈불끈!’이다. 지난해 12월 ‘불법 음원 근절 국민운동’을 시작하면서 사용했다. 이 회사 박광원 대표가 ‘우리모두!’를 외치면 나머지 참석자가 ‘불끈불끈!’이라고 한다. ‘불법 음원 근절’의 약자다. 술자리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데 특효다.

롯데백화점에선 ‘세우자!’를 건배사로 사용한다. 이 회사 이철우 사장이 외환위기 당시인 11년 전 롯데리아 대표를 맡으면서부터 사용했던 구호다. 여기엔 ‘기초를 탄탄하게, 바로, 높이, 후배들에게 본이 되도록 세우자’는 뜻이 담겨 있다. 잠실 제2 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롯데의 최근 상황에 걸맞은 말이기도 하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최근 한 공식 행사에서 ‘쭉-냅시다!’라는 건배사를 했다. ‘쭉-냅시다!’는 북한말로 건배란 의미다. 지난해 현 회장은 공식 행사에서 ‘당신! 멋져!’를 외쳤다. 대북사업이 큰 어려움에 처한 올해 그는 북한말 ‘쭉-냅시다!’를 통해 그룹의 숙원인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두산그룹에서는 ‘위닝팀! 두산!’을 외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은 뭘 하든 언제나 이긴다는 뜻이며, 팀이라고 한 것은 두산은 개인보다 팀의 성과를 중시하며, 두산그룹 전체가 하나의 팀처럼 단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일 열린 국제경영원 최고경영자 조찬 모임에서 아예 ‘건배사 모음집’을 만들어 참석자에게 나눠줬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건배사는 여성 댄스그룹의 이름이기도 한 ‘원더걸스!’였다. ‘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는 뜻이다.

이외에 ▶ 당신! 멋져! = 당당하게, 신나게, 당당하게, 져주며 살자 ▶ 진달래! =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해 ▶ 개나리! = 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리플렉스(리프레시) 하자 ▶ 나가자 건! 나가자 배! = 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 건강하자 ▶ 초가집!=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술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하는 건배사도 있다. ‘(잔을 높게 들면서) 이상은 높게! (잔을 밑으로 내리면서) 현실은 겸손하게! (잔을 모으면서) 잔은 평등하게!’라고 한다. 골프 모임에서는 이 순서에 맞춰 ‘드라이버는 멀리! 퍼터는 정확하게! 아이언샷은 부드럽게!’라고 한다. 등산모임에서는 ‘산은 정상까지! 하산은 안전하게! 등산은 수준대로!’ 하면 된다. 일부 회사에선 인화를 강조해 ‘선배는 끌어주고!’ ‘후배는 밀어주고!’ ‘인간 스트레스는 날리고!’를 쓴다.

해고 위협에 떠는 직장인 사이에선 ‘이대로!’라는 건배사도 나온다. 뮤지컬 라이언킹에 나온 대사인 ‘하쿠나! 마타타!’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라는 위로를 담고 있다. ‘스페로! 스페라!’는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라는 뜻의 라틴어다.

올해 중소기업인 모임에선 ‘9988! 3944!’, 즉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를 고용하고 있으며 생산의 39%, 수출의 44%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배사가 등장했다. 한우 원산지 표시제 정착을 촉구하는 자리에서는 ‘한우는! 한우대로!’라는 건배사가 나오기도 했다. http://news.joins.com/article/3436313.html?ctg=1200 박혜민·구희령 기자 acirfa@joongang.co.kr 2008.12.28 13:37 입력 / 2008.12.29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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